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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볼까?

공포 영화 관람 행위는 신체적 위협이 부재한 안전한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공포와 불안이라는 부적 정서를 유발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유희적 행동이다.

왜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볼까?

왜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볼까?

공포 영화 관람 행위는 신체적 위협이 부재한 안전한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공포와 불안이라는 부적 정서를 유발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유희적 행동이다.

Roger Kastel · Public domain · Jaws movie poster.jpg

1. 왜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볼까?

공포 영화 관람 행위는 신체적 위협이 부재한 안전한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공포와 불안이라는 부적 정서를 유발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유희적 행동이다.

상식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위험과 공포를 회피하도록 진화했으나, 대중문화 영역에서 공포 장르는 꾸준한 수요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불쾌함과 징그러움, 뇌리를 떠나지 않는 기괴한 이미지를 돈과 시간을 들여 소비하는 이 역설적인 현상은 오랜 기간 심리학, 뇌과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주요 연구 과제로 다루어져 왔다.

1.1 흥분 전이 이론과 신체적 카타르시스

Dolf Zillmann이 제안한 흥분 전이 이론(Excitatory Transfer Theory)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인간의 신체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1]돌프 질만 교수는 이 이론을 통해 미디어 자극이 인간의 생리적 반응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다른 감정으로 변형시키는지를 정립했다.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뇌는 비상 상태로 돌입한다.

이후 영화가 끝나고 위협 요소가 사라지면 가중되었던 신체적 긴장감이 급격히 해소되면서 강력한 해방감과 안도감이 발생한다. 즉, 영화를 보는 동안 쌓였던 부정적인 생리적 흥분이 극의 결말이나 안전의 확인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공포의 강도가 높을수록 추후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쾌감의 크기 역시 비례하여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1.2 벤터 박스의 역설과 안전한 시뮬레이션

공포 영화 소비의 핵심 전제는 바로 '현실적 안전의 보장'이다. 철학자 비엘 벤터(Buel Venther)의 이론에서 유래한 이 픽션의 안전장치는 관객이 화면 속의 참극이 자신에게 물리적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2]언급된 '비엘 벤터'는 학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며, 실제 가상 매체의 안전성에 관한 논의는 켄달 월튼이나 노엘 캐럴 같은 미학자 및 예술철학자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인간의 뇌는 가상 매체의 자극을 실제 위험으로 착각하여 공포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성적인 영역에서 이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관객은 실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아주 안전한 상태에서 고강도의 위협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일종의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원리로, 현실에서는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극단적 상황을 가상 체험함으로써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고 감정적 자극을 충족시킨다.

1.3 진화심리학적 관점과 위협 관리 기제

진화심리학에서는 공포 영화 관람을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대리 학습 과정으로 해석한다. 인간은 낯선 위험이나 포식자, 시체, 질병 등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본능적인 혐오감과 공포를 느끼도록 진화했다.

공포 영화는 괴물, 살인마, 초자연적 현상 등 다양한 위협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형태로 제공한다. 관객은 작품 속 인물들이 위기에 대응하거나 도망치고, 혹은 미쳐가는 과정을 지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위험 상황에서의 행동 양식을 가상 연습한다. 이는 직접적인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위협 관리 기제를 작동시켜 가상의 생존 경험치를 쌓는 생물학적 기제로 작동한다.

1.4 신경화학적 물질 분비와 쾌락 반응

공포 자극을 받으면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위험을 신호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안전 인지가 동반되면 뇌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도파민(Dopamine)과 엔도르핀(Endorphin) 같은 쾌락 및 통증 완화 물질을 대량으로 분비한다.

이러한 화학 물질의 조합은 극한의 공포 이후에 찾아오는 일종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유사한 황홀경이나 강렬한 희열을 유발한다. 스릴을 즐기는 자극 추구 성향(Sensation Seeking)이 높은 사람일수록 공포 자극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 반응에 더 큰 쾌감을 느끼며, 이는 반복적인 공포 영화 소비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 된다.

1.5 사회적 연대감과 집단적 공감

공포 영화는 타인과 함께 관람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사회적 매체이기도 하다. 극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동일한 공포 자극을 동시에 경험할 때, 집단적인 정서적 동기화가 일어난다.

함께 비명을 지르고 긴장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친밀감과 연대감이 강화된다. 특히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서 공포 영화를 볼 때 발생하는 신체적 긴장감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이성적 끌림으로 착각되는 '다리 효과(Suspension Bridge Effect)'를 일으키기도 한다.[3]1974년 도널드 더튼과 아서 아론의 실증 연구에서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들이 심장 박동 증가를 연구원에 대한 이성적 호감으로 착각하여 전화를 걸 확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며 자신의 안전을 재확인하는 정서적 상호작용 역시 관람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1.5.1 여담

1.5.1.1 공포에 대한 뇌의 착각과 쾌감 호르몬 (진화심리학적 관점)

인간의 뇌는 픽션 속의 위협과 실제 위협을 완전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공포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뇌의 편도체(Amygdala)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출시켜 신체를 초비상 상태(싸움-도피 반응)로 만든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대뇌 피질은 "나는 지금 안전한 영화관(혹은 방)에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위협이 실제가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 뇌는 분출된 스트레스 호르몬을 억제하고 그 자리에 쾌감 물질인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쏟아낸다. 즉, '안전이 보장된 극단적 공포' 뒤에 찾아오는 이 화학적 역전 현상이 뇌에게 일종의 쾌감(Euphoria)을 제공하는 것이다.

1.5.1.2 카타르시스와 정서적 예방주사 (정신분석학적 관점)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분노, 불안, 공격성 등의 본능적 감정을 억제하도록 강요받는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공포 영화 관람을 '사회적으로 허용된 무서움의 소비'로 해석한다. 억눌린 무의식적 불안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출함으로써 일종의 정서적 정화(Katharsis)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포 영화를 시청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서적 예방주사' 역할을 한다. 픽션 매체를 통해 가상의 비상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현실의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대한 통제감(Sense of Control)과 내성을 키우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다.

1.5.1.3 데이트 신드롬과 '흔들다리 효과' (사회심리학적 관점)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공포 영화를 선택하는 것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심리학의 '감정의 오인 귀인(Misattribution of arousal)' 이론, 일명 '흔들다리 효과'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볼 때 발생하는 심장 박동 수 증가, 손아귀의 땀, 호흡 가빠짐 등의 신체적 반응을 뇌가 "상대방에게 설레서 느끼는 감정"으로 착각하기 쉽다.[4]이 원리로 인해 1980~90년대 데이트 코스의 대명사로 극장 공포 영화 관람이 각광받았다.

실제로 극도의 공포를 함께 겪은 남녀는 친밀감이 급격히 상승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통제된 환경보다 훨씬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1.5.1.4 칼로리 소모와 다이어트 효과 (생리학적 관점)

공포 영화 관람이 실제로 육체적 에너지 소모를 불러온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90분짜리 공포 영화를 보는 동안 성인 기준 평균 113kcal가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5]2012년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실험으로, 영화 《샤이닝》 외에도 《죠스》(161kcal), 《엑소시스트》(158kcal) 등이 칼로리 소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약 30분간 전신 걷기 운동을 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특히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Jump scare)에서 펄스(Pulse)가 급격히 뛰며 기초대사량이 순간적으로 폭증하는데, 1980년작 영화 《샤이닝》의 경우 관람 단 한 번에 최대 184kcal를 소모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5.1.5 흥분 전이 이론과 극적인 안도감 (미디어 심리학적 관점)

D. 지오만(Dolf Zillmann) 교수가 제각한 '흥분 전이 이론(Excitation-Transfer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적 흥분 상태는 계기가 사라진 후에도 즉시 소멸하지 않고 잔여물로 남는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쌓인 극심한 공포와 긴장감(신체적 흥분)은 영화가 끝나고 무사히 결말에 도달했을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극도 안도감과 해방감'으로 전이(Transfer)된다. 즉, 영화가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영화가 끝난 직후 느끼는 기쁨과 만족감의 크기가 비례하여 증폭되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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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돌프 질만 교수는 이 이론을 통해 미디어 자극이 인간의 생리적 반응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다른 감정으로 변형시키는지를 정립했다.
  • [2] 언급된 '비엘 벤터'는 학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며, 실제 가상 매체의 안전성에 관한 논의는 켄달 월튼이나 노엘 캐럴 같은 미학자 및 예술철학자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 [3] 1974년 도널드 더튼과 아서 아론의 실증 연구에서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들이 심장 박동 증가를 연구원에 대한 이성적 호감으로 착각하여 전화를 걸 확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 [4] 이 원리로 인해 1980~90년대 데이트 코스의 대명사로 극장 공포 영화 관람이 각광받았다.
  • [5] 2012년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실험으로, 영화 《샤이닝》 외에도 《죠스》(161kcal), 《엑소시스트》(158kcal) 등이 칼로리 소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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