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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신을 믿기 시작했을까?

인간이 신을 믿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학계에서는 인류가 출현한 구석기 시대부터 신앙의 원형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신을 믿기 시작했을까?

인간은 언제부터 신을 믿기 시작했을까?

인간이 신을 믿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학계에서는 인류가 출현한 구석기 시대부터 신앙의 원형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Friedrich Max Müller · Public domain · A History of Ancient Sanskrit Literature So Far as It Illustrates the Primitive Religion of the Brahmans.djvu

1. 인간은 언제부터 신을 믿기 시작했을까?

인간이 신을 믿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학계에서는 인류가 출현한 구석기 시대부터 신앙의 원형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의 신앙 행위는 진화인류학, 고고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복합적인 주제다. 과거에는 문자의 발명 이후를 신앙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으나, 유물과 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이 진행됨에 따라 신에 대한 믿음의 역사는 선사 시대 깊숙한 곳까지 올라가고 있다.

1.1 고고학적 증거와 초기 신앙의 흔적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도 초자연적 존재나 사후세계에 대한 개념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안데르탈인의 매장 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매장된 시신 주변에서 꽃가루나 도구, 동물 뼈 등이 함께 발견되는 것은 이들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인식했음을 시사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은 훗날 신이라는 존재를 상정하게 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약 4만 년 전 상부 구석기 시대에 이르면 신앙의 흔적은 더욱 명확해진다.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는 비너스 상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샤머니즘적 신앙 대상이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라스코 동굴이나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 역시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사냥의 성공을 빌고 자연의 정령과 소통하기 위한 주술적 공간으로 해석된다.[1]후대의 연구자들은 동굴 어두운 구석에 그려진 동물 그림이 일종의 표적 맞추기 연습용이었는지, 진짜 정령을 불러내는 주술 도구였는지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다.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다. 기원전 9600년경에 건설된 이 거대 석조 신전은 농경이 시작되기 전인 수렵채집인 단계에서도 이미 조직화된 종교 체계와 신에 대한 숭배가 존재했음을 입증했다. 이는 '농경으로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종교가 생겼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고, 오히려 '종교적 집착과 신앙이 정착 생활과 농경을 유도했다'는 새로운 가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1.2 인지진화학적 관점: 뇌의 착각이 만들어낸 신

인지과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은 신에 대한 믿음을 인간 뇌의 진화적 부산물로 본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모든 현상에서 패턴을 찾고, 그 현상 뒤에 의도를 가진 주체(Agent)가 있다고 상정하도록 진화했다.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이를 단순한 바람 소리로 치부했다가 포식자라면 목숨을 잃는다. 반대로 포식자가 없는데도 '누군가 있다'고 과잉 반응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 이러한 '의도 감지 장치'가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천둥, 번개, 가뭄, 지진 같은 자연현상 뒤에도 의도를 가진 거대한 존재, 즉 '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는 분석이다.[2]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 의도 감지 장치(HAADD)'라고 부른다. 바람 소리를 맹수로 착각하는 겁쟁이는 살아남지만, 맹수 소리를 바람으로 착각한 태평한 인간은 전부 먹혀서 도태되었다는 논리다.

또한 인간의 뛰어난 사회성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인 '마음 이론'을 발달시켰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나 신의 마음까지 추론하기 시작했다. 결국 신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지적 도구였던 셈이다.

1.3 애니미즘에서 다신교, 그리고 일신교로의 발전

초기의 신은 구체적인 인격체라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나 영혼에 가까운 애니미즘, 토테미즘의 형태였다. 바람, 불, 태양, 거대한 동물 등이 모두 숭배의 대상이었다.

이후 농경 사회가 본격화되고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신의 형태도 변모했다. 국가 체제와 계급이 형성되자 신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으며, 사회적 질서와 도덕을 관장하는 다신교 형태의 인격신으로 발전했다.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로마 신화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사회가 더욱 거대해지고 문명 간의 교류와 전쟁이 빈번해지면서 복잡한 신관은 보다 통합된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일신교가 등장했다. 기원전 2천기경 출현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나 자라투스트라교 등은 신을 단일한 절대자로 규정하며 인간의 신앙 형태를 완성 단계로 이끌었다.[3]https://www.britannica.com/topic/Zoroastrianism — 자라투스트라교는 빛과 선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악의 신 아흐리만의 대립을 다루며 후대 일신교 및 선악 이분법 세계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1.4 요약

인간이 언제부터 신을 믿었는지에 대한 답은 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후세계나 초자연적 힘에 대한 막연한 믿음까지 신앙으로 본다면 그 역사는 수십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시절까지 올라간다. 반면 체계화된 신전과 의식을 갖춘 형태의 신앙은 최소 1만 2천 년 전 괴베클리 테페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에 대한 믿음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이 진화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스펙트럼처럼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발전해 온 결과물이다.

2. 여담

2.1 최초의 신성(神性)과 네안데르탈인의 꽃가루 매장

인간이 초자연적 존재나 사후세계를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물증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네안데르탈인의 매장 흔적이다.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Shanidar Cave)에서 발견된 약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는 시신 주변에 톱풀, 국화 등 진통 효과가 있는 야생화 꽃가루가 다량 발견되었다.[4]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90.4211.228 — 발굴 당시 학계는 네안데르탈인이 죽은 동료를 위해 꽃을 바쳤다는 낭만적인 해석에 열광했으나, 훗날 꿀벌이 꽃가루를 물어 날랐을 뿐이라는 반론이 나오며 감성이 바래졌다. 초기에는 단순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나 주술적 행위로 해석되어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동굴 내 벌들의 활동으로 인한 자연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인류 최초의 종교적 의례'인가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2 네오리틱 혁명의 역설과 괴베클리 테페

"농경이 시작되어 정착 생활을 하면서 종교가 생겼다"는 기존 인류학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은 고고학적 사건이다.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견된 유적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기원전 9600년경에 건립된 인류 가장 오래된 신전으로, 농경이 시작되기 전인 수렵채집인 시대에 조성되었다. 거대한 T자형 석상에 전갈, 사자 등의 신령한 동물이 조각된 이 거대 신전은 "종교가 농경을 유발했고, 신을 모시기 위해 집단이 모이면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유 유발론(Religion-first hypothesis)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2.3 최초의 명문화된 신(神)과 '앙(An)'의 기원

인류 역사상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신은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문명의 '앙(An)'이다. 설일문자(설화문자)로 하늘을 뜻하는 딩기르(Dingir) 표기가 곧 신을 의미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메르인들에게 신은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게 노동을 시키기 위해 만든 무자비하고 변덕스러운 자연 힘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신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재앙을 피하기 위해 뇌물(제물)을 바쳐 달래야 하는 대상'에 가까웠다.

2.4 애니미즘의 흔적과 동물신 우상

초기 인류가 신을 구상한 형태는 인간이 아닌 동물 혹은 혼합 형태였다. 독일 홀렌슈타인 슈타델 동굴에서 발견된 약 4만 년 전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물 조각상인 '사자인간(Löwenmensch)'은 사자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다.[5]https://www.britishmuseum.org/collection/object/G_1939-1010-1 — 매머드 상아를 깎아 만든 이 사자인간 조각상은 높이가 약 31cm에 달하며, 돌칼 하나로 완성하는 데 무려 400시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한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차원을 넘어, 동물의 압도적인 힘을 신격화하고 그 영령과 소통하려 했던 인류 초기의 애니미즘 및 샤머니즘적 세계관을 명확히 보여준다.

2.5 신의 인격화와 뇌 구조의 진화 (주관성 호르몬 이론)

심리학자 줄리안 제인스(Julian Jaynes)는 저서 《양원뇌의 기원》을 통해 인류가 신의 소리를 들은 이유를 '뇌 구조의 진화'로 설명하는 파격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기원전 2천년 이전의 인류는 우뇌에서 발생하는 환청을 '신(God)의 목소리'로 인식했으며,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완벽하지 않아 자아 의식이 통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문자 발달로 인해 양원뇌 구조가 해체되면서 외부에 존재하던 '신'은 비로소 인간의 내면화된 '자아'로 대체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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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후대의 연구자들은 동굴 어두운 구석에 그려진 동물 그림이 일종의 표적 맞추기 연습용이었는지, 진짜 정령을 불러내는 주술 도구였는지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다.
  • [2]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 의도 감지 장치(HAADD)'라고 부른다. 바람 소리를 맹수로 착각하는 겁쟁이는 살아남지만, 맹수 소리를 바람으로 착각한 태평한 인간은 전부 먹혀서 도태되었다는 논리다.
  • [3] https://www.britannica.com/topic/Zoroastrianism — 자라투스트라교는 빛과 선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악의 신 아흐리만의 대립을 다루며 후대 일신교 및 선악 이분법 세계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 [4]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90.4211.228 — 발굴 당시 학계는 네안데르탈인이 죽은 동료를 위해 꽃을 바쳤다는 낭만적인 해석에 열광했으나, 훗날 꿀벌이 꽃가루를 물어 날랐을 뿐이라는 반론이 나오며 감성이 바래졌다.
  • [5] https://www.britishmuseum.org/collection/object/G_1939-1010-1 — 매머드 상아를 깎아 만든 이 사자인간 조각상은 높이가 약 31cm에 달하며, 돌칼 하나로 완성하는 데 무려 400시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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