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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늙을까?

인간이 늙는 이유, 즉 노화(Aging)는 생명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사망에 이를 확률이 증가하는 불가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인간은 왜 늙을까?

인간은 왜 늙을까?

인간이 늙는 이유, 즉 노화(Aging)는 생명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사망에 이를 확률이 증가하는 불가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Xiaotao Shen, Chuchu Wang, Xin Zhou, Wenyu Zhou, Daniel Hornburg, Si Wu & Michael P. Snyder · CC BY 4.0 · Nonlinear dynamics of multi-omics profiles during human aging.pdf

1. 인간은 왜 늙을까?

인간이 늙는 이유, 즉 노화(Aging)는 생명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사망에 이를 확률이 증가하는 불가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단순히 피부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외견상의 변화부터 세포 단위에서 일어나는 기능 저하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대 생물학 및 의학계에서는 노화를 단순히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대사 과정의 부산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

1.1 생물학적 원인과 이론

노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유전자에 이미 사멸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다는 '프로그램 이론'과 외부 및 내부의 손상이 누적되어 발생한다는 '손상 및 누적 이론'으로 나뉜다.

프로그램 이론의 대표적인 예로는 텔로미어(Telomere) 단축 현상이 있다.[1]https://www.nature.com/articles/345458a0 — 텔로미어의 단축과 세포 수명 한계(헤이플릭 한계)의 연관성은 1990년 칼 하비 캘빈 연구 팀이 체세포 분열 과정에서 확인하여 입증했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의 텔로미어 길이가 조금씩 줄어드는데, 이것이 한계치에 다다르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 세포로 전환되거나 사멸한다. 또한 체내 호르몬 분비의 변화나 면역계의 기능 저하 역시 미리 정해진 생물학적 시계에 의해 진행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반면 손상 및 누적 이론에서는 활성산소(ROS)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호흡과 대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세포막, 단백질, DNA를 지속적으로 공격하여 손상을 입히고, 이러한 손상이 복구 메커니즘의 한계를 넘어서면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누적,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 등도 신체 노화를 가속하는 주요 인자로 언급된다.

1.2 진화론적 관점

진화생물학에서는 자연선택이 번식기 이후의 개체에게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번식 과업을 마친 이후의 생존은 진화적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이론으로 '길항적 다효성 이론'이 있다.[2]1957년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가 제안한 이론이다. 젊을 때 뼈에 칼슘을 잘 축적하게 돕는 유전자가 노년기에는 혈관에 칼슘을 쌓이게 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젊은 시절 즉, 번식기에는 생존과 번식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유전자가 번식기 이후 늙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어 작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신체 자원의 배분 관점에서도 생명체는 이미 형성된 신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수리하는 데 자원을 투자하기보다, 자손을 번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투입하도록 진화했다는 '절약형 육체 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1.3 노화의 주요 메커니즘

세포 수준에서 관찰되는 노화의 특징은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세포 분열 능력을 잃어버린 '노화 세포(Senescent Cell)'는 신체 내에 그대로 남아 주변 정상 세포에 염증 물질을 분비하며 신체 전반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를 '노화 관련 분비 형태(SASP)'라 부른다.

또한, 체내 복구 메커니즘의 핵심인 줄기세포의 고갈 현상도 일어난다.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이를 재생시킬 줄기세포의 수와 기능이 줄어들면서 인체의 회복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단백질의 항상성 유지 실패 역시 문제가 된다. 세포 내에서 잘못 접히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변성 단백질이 축적되고, 이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1.4 현대 의학의 접근과 전망

과거에는 노화를 극복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으로만 받아들였으나,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치료 가능한 질병'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제로 노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세놀리틱스(Senolytics)' 약물 연구나,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 활성화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노화를 완전히 멈추거나 역전시키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현재 수준에서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노화 지연 방법은 소식(칼로리 제한),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인간이 왜 늙는지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찾는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는 인간의 수명 연장과 건강수명 증진이라는 인류 궁극의 목표와 직결되어 있다.

2. 여담

2.1 불멸의 세포와 암의 딜레마 (텔로미어 파라독스)

세포 분열 시 DNA 끝부분의 손상을 막아주는 '텔로미어(Telomere)'는 분열을 거듭할수록 짧아지며, 이는 인간 노화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를 계속 재생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를 활성화하면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간의 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체세포에서 텔로머레이스가 강제로 활성화될 경우, 세포는 죽지 않고 무한히 분열하는 암세포로 변질된다.[3]실제로 암세포의 약 90%는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하여 세포의 사멸 한계를 무력화하고 영구히 분열하는 능력을 획득한 상태다. 즉, 인류가 진화의 과정에서 얻은 '노화'라는 메커니즘은 역설적이게도 개체가 암으로 사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포의 수명을 강제로 제한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2.2 뇌 세포의 비노화성과 신경 교세포의 배신

흔히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죽어 머리가 나빠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뇌 피질의 핵심인 신경원(뉴런)은 놀랍게도 태어난 이후 거의 분열하지 않으며, 이론상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실제로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의 진짜 원인은 뉴런 자체가 아닌, 뉴런을 보조하는 '신경 교세포(Glial cells)'의 변성에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 보조 세포들이 유해한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뉴런 간의 연결망(시냅스)을 끊어버림으로써 뇌의 노화를 촉진한다. 즉, 뇌는 스스로 늙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의해 '늙혀지는' 것이다.

2.3 진화생물학적 불필요성 (번식 후 유효기간 만료)

진화론적 관점에서 자연선택은 '개체의 영원한 생존'이 아닌 '유전자의 성공적인 전달'만을 목적으로 작동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몸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4]도킨스는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를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퍼뜨리기 위해 잠시 빌려 쓰는 탈것에 비유했다. 따라서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는 '번식기'가 지나면, 자연선택의 압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번식 이후의 개체를 유지하고 수리하는 데 에너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진화적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몸의 세포 수복 메커니즘은 번식기 이후 급격히 고장 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간이 늙는 이유는 단지 '번식이라는 임무를 완수했기에 진화의 관심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2.4 노화 세포의 미라화와 '존비 세포' 현상

수명을 다한 세포는 사멸(Apoptosis)하여 체외로 배출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세포는 죽지도 않고 분열하지도 않는 일명 '선센스(Senescence) 세포', 즉 '좀비 세포' 상태로 체내에 잔류한다. 이 좀비 세포들은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에 파괴적인 염증 물질(SASP)을 지속적으로 분비하여 멀쩡한 인접 세포들까지 좀비 세포로 전염시킨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단순히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이 '좀비 세포'가 체내에 축적되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이를 사멸시키는 '세놀리틱스(Senolytics)' 약물을 연구 중이다.

2.5 시냅스와 유전체 차원의 생물학적 시간 역전

노화가 '손상이 누적되어 일어나는 불용성 부패'라는 통설과 달리, 최근 연구는 노화가 유전체에 각인된 일종의 '프로그램'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포의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메틸화(Methylation)' 정보가 나이가 들면서 오염되는 것(에피제네틱 노화)이 핵심 원인이라는 이론이다. 놀랍게도 특정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를 주입하면 세포의 '메틸화 시계'를 초기화하여 늙은 세포를 줄기세포 수준의 젊은 상태로 돌리는 '역노화(Rejuvenation)'가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했다.[5]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06)00976-7 —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Oct3/4, Sox2, Klf4, c-Myc의 4가지 인자를 도입해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이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즉, 인간의 노화는 불가역적인 열역학적 법칙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오류'에 가까우며 이론상 리셋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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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https://www.nature.com/articles/345458a0 — 텔로미어의 단축과 세포 수명 한계(헤이플릭 한계)의 연관성은 1990년 칼 하비 캘빈 연구 팀이 체세포 분열 과정에서 확인하여 입증했다.
  • [2] 1957년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가 제안한 이론이다. 젊을 때 뼈에 칼슘을 잘 축적하게 돕는 유전자가 노년기에는 혈관에 칼슘을 쌓이게 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 [3] 실제로 암세포의 약 90%는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하여 세포의 사멸 한계를 무력화하고 영구히 분열하는 능력을 획득한 상태다.
  • [4] 도킨스는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를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퍼뜨리기 위해 잠시 빌려 쓰는 탈것에 비유했다.
  • [5]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06)00976-7 —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Oct3/4, Sox2, Klf4, c-Myc의 4가지 인자를 도입해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이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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