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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향수(Perfume)는 식물, 동물, 또는 합성 원료에서 추출한 향기 성분을 알코올이나 오일 등의 용매에 부용률에 맞추어 조해하여 만든, 신체나 의류에 살포하여 좋은 향이 나도록 하는 화장품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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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Perfume)는 식물, 동물, 또는 합성 원료에서 추출한 향기 성분을 알코올이나 오일 등의 용매에 부용률에 맞추어 조해하여 만든, 신체나 의류에 살포하여 좋은 향이 나도록 하는 화장품의 일종이다.

1. 화장품 향수

1.1 개요

인류가 향을 이용한 역사는 매우 깊으며, 초기에는 종교적 의식에서 향나무나 수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방식인 제의적 용도로 주로 사용되었다. 향수라는 영단어 'Perfume'의 어원 자체가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er Fumum'에서 유래했다는 점만 봐도 그 기원을 알 수 있다.[1]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이며, 신에게 향을 피워 올리던 제의 의식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개인의 미용과 악취 제거, 신분 상징을 위한 용도로 발전하였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자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1.2 구성 요소 및 조향

향수는 크게 향료 오일, 부용제(주로 에탄올), 그리고 정제수로 구성된다. 향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향료는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로 나뉜다. 천연 향료는 꽃, 잎, 뿌리, 과피 등의 식물성 원료나 사향, 용연향 같은 동물성 원료에서 추출한다. 그러나 동물성 원료의 경우 동물 보호 및 희귀성 문제로 현재는 대부분 합성 향료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합성 향료의 발달은 과거 자연에서 얻을 수 없었던 독창적인 향을 구현할 수 있게 했으며, 향수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향수를 구성하는 향의 변화는 시간에 따른 휘발도 차이에 의해 나타나며, 이를 노트(Note)라고 부른다. 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약 15분 사이에 느껴지는 첫인상이자 가장 휘발성이 강한 향을 탑 노트라 하고, 탑 노트를 거쳐 몇 시간 동안 향수의 핵심적인 테마를 이루는 향을 미들 노트 혹은 하트 노트라 부른다.[2]향수의 핵심 테마를 담당하는 미들 노트를 '하트 노트(Heart Note)'라고 부르는 이유는 향수의 심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향수가 피부에 완전히 착착 감기며 가장 오랫동안 은은하게 잔향으로 남는 단계를 베이스 노트라 칭한다.

1.3 농도에 따른 분류

향수는 부용률, 즉 전체 용매에 대해 향료 오일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명칭과 지속 시간이 엄격하게 구분된다.

가장 높은 농도를 자랑하는 퍼퓸은 향료 비율이 매우 높아 깊고 진한 향을 자랑하며 지속 시간도 가장 길다. 데일리로 쓰기엔 다소 무겁다는 평가가 많아 매니아층이 주로 찾는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오 드 퍼퓸은 향의 깊이와 지속력이 훌륭하면서도 퍼퓸보다는 부담이 적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등급이다.

오 드 뚜왈렛은 부용률이 낮아 향이 가볍고 산뜻하다. 향수 입문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부류이며, 일상적인 감각으로 부담 없이 뿌리기에 적합하다.

오 드 코롱은 향료 비율이 더 낮아 지속 시간은 짧지만 매우 청량하고 가벼운 향을 자랑한다.[3]'코롱'이라는 명칭은 독일의 도시 케른(Köln, 프랑스어로 Cologne)에서 제조된 '케른의 물(Eau de Cologne)'에서 유래했다. 스포츠 후나 목욕 후에 기분 전환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낮은 농도인 샤워 코롱은 화장수 수준의 미미한 지속력을 가지며, 주로 목욕 후 몸 전체에 가볍게 뿌리는 용도로 쓰인다.

1.4 대표적인 향의 계열

향수는 조향된 원료의 특성에 따라 여러 계열(Olfative Family)로 나뉜다.

시트러스 계열은 귤, 레몬, 베르가못, 자몽 등의 감귤류 향을 바탕으로 하며, 특유의 청량함과 상큼함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향수에서 탑 노트로 자주 활용된다.

플로럴 계열은 장미, 재스민, 튤립 등 꽃 향기를 기반으로 하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광범위한 계열이다. 단일 꽃향기를 강조한 솔리플로르와 여러 꽃향기를 섞은 플로럴 부케 등으로 나뉜다.

우디 계열은 나무, 뿌리, 이끼 등의 은은하고 무게감 있는 향을 뜻한다. 샌달우드, 시더우드, 패출리 등이 대표적이며, 지적이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 선호된다.[4]샌달우드는 한국어로 백단향(白檀香)이라 불리며, 마음을 안정을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절이나 명상실에서 많이 쓰인다.

프레시 및 아쿠아 계열은 바다 내음, 바람, 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향으로, 여름철이나 청량한 이미지를 원할 때 주로 선택된다.

오리엔탈 계열은 향신료, 수지, 바닐라 등을 사용하여 이국적이고 관능적이며 무게감이 느껴지는 향이다. 겨울철이나 야간에 어울리는 강렬한 잔향이 특징이다.

포제르 및 시프레 계열은 이끼와 라벤더, 목재 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지적이면서도 격식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계열이다.

1.5 사용법 및 주의사항

향수는 체온이 높고 맥박이 뛰는 부위에 뿌리는 것이 정석으로 통한다. 손목, 귀 뒤, 목선, 팔안쪽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향수를 뿌린 후 손목을 비비는 행동을 하곤 하는데, 이는 향 분자를 깨뜨려 본래의 향조를 변질시키고 탑 노트를 순식간에 날려버리므로 지양해야 한다.[5]손목을 비비면 마찰열로 인해 향의 탑 노트 분자 구조가 훼손되어 본래 조향사가 의도한 첫 향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가볍게 톡톡 두드려 흡수시키거나 자연 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향수는 직사광선과 온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나 습도가 높은 욕실에 보관할 경우 향료가 산화되어 변질될 확률이 높으므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 길이다.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면 알코올 성분으로 인한 트러블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옷 안쪽의 안감이나 옷자락 끝부분에 살짝 분사하여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흰 옷이나 단백질 소재의 섬유는 얼룩이 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2. 정지용의 시 향수

‘향수’는 모더니즘 시인 정지용이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한 시이자,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서정성을 감각적인 언어로 노래한 대한민국 현대시의 대표작이다.

2.1 개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도쿄의 지샤쿠인(지적원)에서 유학 중이던 정지용이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을 그리워하며 창작한 작품이다.[6]정지용 시인은 일본 유학 시절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 이 시를 썼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20대 초반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시골 마을의 풍경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어휘로 묘사하여 한국 현대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훗날 김희갑이 곡을 붙이고 성악가 이동원과 박인수가 함께 부른 가요로도 재탄생하여 대중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2.2 시의 구조와 특징

전체 5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의 끝에는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수미상응 형태의 구조를 띤다. 이 후렴구는 시의 운율감을 살리는 동시에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시 전체의 중심 정서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시적 화자는 화려하지 않은 시골 마을의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이면서도 한 편의 그림처럼 묘사한다. 정지용 특유의 뛰어난 감각적 이미지 사용이 돋보이는데, 특히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울는 곳"이나 "파란 하늘이 함초롬 이슬을 머금은 곳"과 같은 구절은 공감각적 심상과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명구로 꼽힌다.[7]'해설피'는 '해질무렵' 또는 '어스름하게'를 뜻하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대표적 구절이다.

2.3 내용 구성

첫째 연에서는 얼룩백이 황소와 실개천이 흐르는 고향 마을의 평화로운 단면을 그리며 이야기의 문을 연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겨울밤 화로에 숯불이 식어가는 와중에 짚베개를 베고 옛이야기를 나누던 가족들의 따뜻한 일상을 추억한다.

셋째 연과 넷째 연은 고향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과 모험심, 그리고 전설 바다에 물윗날이 비치는 듯한 감각적 풍경이 제시되며, 이어서 검은 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평범한 아내의 노고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지막 연에서는 하늘의 별이 떠오르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는 음산하고 쓸쓸한 밤 풍경 속에서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고향 집의 정겨운 모습을 떠올리며 여운을 남긴다.

2.4 문학적 평가 및 영향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민족적 정서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감상주의에 빠지기 쉬운 '향수'라는 주제를 절제된 언어와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이미지로 승화시켜 모더니즘적 감각과 전통적 정서의 성공적인 결합을 이루어냈다.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1989년 대중가요로 번안되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국민 시이자 국민 가요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는 이 시를 테마로 한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조성되어 있다.

3.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Das Parfum: Die Geschichte eines Mörders)는 독일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가 198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천재적인 후각을 지녔으나 향기가 없는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장바티스트 그루누이의 기이한 일생과 연쇄살인을 다룬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다.[8]https://www.britannica.com/topic/Perfume-The-Story-of-a-Murderer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 소설은 인간의 후각이라는 생소한 감각을 미학적으로 집요하게 파헤쳐 대성공을 거두었다.

3.1 개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작이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후각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을 지닌 장바티스트 그루누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그려냈다. 출간 직후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49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2천만 부가 넘게 팔려나가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각과 청각 중심의 서구 문학 전통에서 벗어나 '후각'이라는 지극히 묘사하기 힘든 감각을 독보적인 문체로 시각화해 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2006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3.2 줄거리

18세기 시체와 쓰레기 악취로 가득 찬 파리의 생앙투안 생선 시장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9]주인공 그루누이가 태어난 생선 시장은 악취의 극치를 달리는 장소로, 냄새에 대한 그의 기이한 운명을 암시한다. 산모인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이의 이름은 장바티스트 그루누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어떠한 체취도 가지지 않았지만, 대신 수 킬로미터 밖의 냄새까지 구분해 내는 초인적인 후각을 지니고 있었다.

성인이 된 그루누이는 자신의 천부적인 후각을 바탕으로 파리의 향수 제조사 발디니의 밑에서 일하며 향수 제조 기술을 익힌다. 그러던 중 그는 생전 처음으로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향기'를 맡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제 막 성숙해가는 매혹적인 소녀의 체취였다. 그 향기에 매료된 그루누이는 소녀를 살해하고 그 향기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이후 향수의 성지인 그라스로 떠난 그루누이는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궁극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재료가 될 아름다운 처녀들을 하나씩 살해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재료인 로르 리시를 살해하고 마침내 완벽한 향수를 완성하지만, 이내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처형 당일, 그루누이가 궁극의 향수를 몸에 바르고 처형장에 나타나자, 그를 단죄하려 했던 군중과 맹렬한 적개심을 품었던 로르의 아버지마저 그를 신으로 추앙하며 광란의 집단 성교(오르기아)에 빠져든다. 향수의 힘으로 유유히 빠져나온 그루누이였으나,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으며 스스로 아무런 냄새도 없는 껍데기일 뿐이라는 허무함과 절망을 느낀다. 결국 그는 자신이 태어난 파리의 쓰레기장으로 돌아가 전신에 향수를 쏟아붓고, 그 향기에 매료된 도둑과 부랑자들에게 순식간에 잡아먹히며 생을 마감한다.[10]주인공이 군중에게 먹히며 파멸하는 기괴한 결말은 향수로 얻은 가짜 사랑과 지배력의 허무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3.3 주요 등장인물

본작의 주인공이자 악인. 세상의 모든 냄새를 기억하고 통제할 수 있는 후각의 천재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체취가 없다. 도덕 관념이 전혀 없으며, 오직 '향기의 소유'만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냉혹하고 기괴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사랑을 열망하는 비극적 내면을 지녔다.

한때 잘나갔으나 시대에 뒤처진 파리의 향수 제조사. 그루누이의 천재적인 감각을 이용해 막대한 부와 명예를 회복한다. 그루누이에게 향수 제조 기술과 추출법의 이론을 가르쳐준 인물이다. 그루누이가 떠난 직후 집이 무너져 허망하게 사망한다.

그라스 최고의 부호 앙투안 리시의 딸. 그루누이가 궁극의 향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열쇠'이자 정점에 달한 향기를 지닌 처녀이다. 그루누이에 의해 희생당한다.

로르 리시의 아버지. 그라스에서 일어나는 처녀 연쇄 살인 사건의 본질이 딸의 향기를 노린 것임을 직감하고 뛰어난 지략으로 딸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 그루누이의 執念을 막아내지 못한다. 처형장에서 향수의 환각에 빠져 그루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으려 하는 비극을 맞이한다.

3.4 특징 및 평가

텍스트로 표현하기 가장 까다로운 감각인 '후각'을 지독할 정도로 세밀하고 관능적으로 묘사했다. 파리의 악취부터 장미 꽃잎의 정유, 인체의 체취에 이르기까지 문자를 통해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압도적인 문장력을 자랑한다.

체취가 없다는 설정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타자(他者)를 상징한다. 그루누이가 향수를 통해 대중을 조종하는 장면은 맹목적인 대중 선동과 광기, 그리고 껍데기뿐인 우상에 열광하는 인간 사회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외모나 이성이 아닌 '냄새'라는 본능적 요소에 의해 감정이 지배당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무력함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단순한 추리나 스릴러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입지전적인 피카레스크(악인 소설) 구성에 철학적 잔혹동화의 요소를 결합하여 현대 독일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했다.

4.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향수(鄕愁)는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나 과거에 거주했던 정든 장소, 또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 대해 느끼는 깊은 그리움과 애타는 감정을 의미한다.

4.1 개요

한자로는 시골 향(鄕)에 근심 수(愁) 자를 쓰며, 영어로는 노스탤지어(Nostalgia)에 해당한다. 한자어 의미 그대로 '고향을 떠올리며 갖는 근심과 슬픔'을 뜻한다. 서양의 노스탤지어 역시 그리스어로 '귀향'을 뜻하는 노스토스(Nostos)와 '통증'을 뜻하는 알고스(Algos)가 결합된 단어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생기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의미했다.

단순히 지리적인 공간으로서의 고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꼈던 시절,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지나버린 유년 시절의 추억과 당시의 인간관계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때로는 개인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타인의 과거나 특정 시대에 대해 느끼는 이상화된 그리움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4.2 역사와 개념의 변화

과거 향수는 일종의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취급받았다. 17세기 스위스의 의사 요하네스 호퍼는 타지에서 근무하던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발열, 불면증, 심장 박동 이상,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증상을 관찰하고 이를 '노스탤지어'라는 의학적 용어로 처음 정의했다.[11]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81662 — 요하네스 호퍼는 향수병을 정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생리적 증상을 동반하는 치명적 질병으로 규정했다. 당시에는 향수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향수는 병리적인 질환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심리적 현상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인해 타향살이를 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향수는 대중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대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방어 기제의 하나로 본다.

4.3 원인 및 증상

향수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그로 인한 고립감이다. 익숙한 문화, 언어, 음식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될 때 과거의 익숙하고 안전했던 공간을 갈망하게 된다. 특정 냄새, 음악, 음식의 맛 등이 과거의 기억을 자극하여 불현듯 향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향수를 느끼는 사람은 우울감, 외로움, 무기력증, 불안감 등의 정서적 불안정을 겪는다. 심할 경우 식욕 부진, 불면증, 소화 불량 등 실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과거나 고향의 기억에만 몰입하는 퇴행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4.4 문화 및 예술에서의 향수

향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주제 중 하나로 다루어진다. 시, 소설,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감성을 자극하는 주요 소재가 된다. 한국 문학에서도 정지용의 시 <향수>나 윤동주의 작품들처럼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에서 고향을 잃은 이들의 한과 그리움을 다룬 명작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중문화에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Retro) 마케팅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과거의 유행이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 위안과 소비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4.5 현대적 의미

지구촌화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 어디서든 고향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향수라는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현대인들은 더욱 심각한 정서적 고립을 겪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의 고향을 찾는다.

오늘날의 향수는 단순히 물리적인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정서적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이해되고 있다.

5. 여담

5.1 동물성 향료의 채취 과정과 인공 대체재

역사적으로 최고급 향수의 원료로 제시되던 동물성 향료는 그 채취 방식이 매우 기괴하거나 잔혹한 경우가 많다. 영묘향(Civet)은 아프리카사향고양이의 향선(香腺) 분비물로, 고양이를 좁은 철장에 가두고 학대하여 스트레스를 극대화해야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사향(Musk) 역시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얻기 위해 개체 자체를 도살해야만 했다. 또한 용향(Ambergris)은 향유고래의 용식증으로 인해 형성된 장내 배설물이 바다를 떠돌며 산화된 것인데, '고래의 토사물'이라는 별칭과 달리 과거에는 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했다.[12]용연향은 바다 위에 오랫동안 떠다니며 햇빛과 바닷물에 산화되어야 특유의 고급스러운 향을 갖게 된다. 현대에는 윤리적 문제 및 자연보호 협약(CITES)으로 인해 대부분의 하이엔드 브랜드조차 화학적으로 합성된 인공 향료(Galaxolide 등)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5.2 인간 체취와 향수의 화학적 결합

동일한 향수를 분사하더라도 착향자의 피부 타입과 체온, 땀의 성분, 심지어 식습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향으로 발향된다. 향수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피부 표면의 피지, 지질, 유재균(Microbiome)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기나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의 경우 피부를 통해 배출되는 황 화합물이나 지방산이 향수의 탑 노트(Top Note)를 변질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향수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시향지(Paper Scent Strip)의 향과 실제 피부에 착향했을 때의 향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5.3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가요화 과정의 비화

시인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1927)는 특유의 감각적인 시어와 토속적인 시상으로 한국 현대시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정지용이 월북 작가(실제로는 납북)로 분류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1988년 정지용의 시가 해금될 때까지 오랜 기간 금기시되었다. 해금 직후 작곡가 김희갑이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 가수 이동원과 성악가 박인수의 이색적인 두엣으로 발표(1989)하였는데, 당시 클래식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에 대한 성악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박인수는 이 곡을 불렀다는 이유로 국립오페라단 단원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으나, 곡이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가요사에 남을 명곡으로 안착하였다.[13]당시 클래식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에 대한 음악계의 보수적인 반발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5.4 소설 《향수》와 18세기 파리의 냄새 잔혹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1985)는 주인공 장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천재적인 후각을 다루기 위해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냄새를 극도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소설 속 묘사는 다소 과장되어 보이지만, 사실 역사적 고증에 매우 충실한 편이다. 당시 파리는 하수 시설의 부재로 거리에 분뇨가 방치되어 있었고, 시체 유기 및 도축 부산물의 부패로 인해 인류 역사상 가장 악취가 심했던 도시 중 하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가들은 이러한 참을 수 없는 도시의 악취를 가리기 위한 생존적 욕구가 역설적으로 프랑스를 세계 최대의 향수 산업 국가로 발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5.5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유발하는 실제 신체적 질병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향수병(Nostalgia)은 현대에는 단순한 감정적 슬픔으로 치부되지만, 17-18세기 유럽에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으로 분류되었다. 1688년 스위스 의사 요하네스 호퍼(Johannes Hofer)는 타지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의 요들송을 듣거나 고향 생각을 할 때 고열, 불면증, 심장 뛰움, 심지어 뇌울혈 현상을 보이며 사망하는 사례를 보고하고 이를 의학 용어로서의 '노스탤지어'로 최초 정의했다. 실제로 당시 스위스 군대에서는 용병들의 향수병 발작을 막기 위해 스위스 전통 민요인 '소 부르는 소리(Ranz des Vaches)'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엄격한 군율이 존재했다.[14]스위스 용병들이 고향 민요를 듣고 향수병에 빠져 집단 탈영하거나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악 연주를 법으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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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이며, 신에게 향을 피워 올리던 제의 의식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 [2] 향수의 핵심 테마를 담당하는 미들 노트를 '하트 노트(Heart Note)'라고 부르는 이유는 향수의 심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3] '코롱'이라는 명칭은 독일의 도시 케른(Köln, 프랑스어로 Cologne)에서 제조된 '케른의 물(Eau de Cologne)'에서 유래했다.
  • [4] 샌달우드는 한국어로 백단향(白檀香)이라 불리며, 마음을 안정을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절이나 명상실에서 많이 쓰인다.
  • [5] 손목을 비비면 마찰열로 인해 향의 탑 노트 분자 구조가 훼손되어 본래 조향사가 의도한 첫 향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 [6] 정지용 시인은 일본 유학 시절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 이 시를 썼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20대 초반이었다.
  • [7] '해설피'는 '해질무렵' 또는 '어스름하게'를 뜻하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대표적 구절이다.
  • [8] https://www.britannica.com/topic/Perfume-The-Story-of-a-Murderer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 소설은 인간의 후각이라는 생소한 감각을 미학적으로 집요하게 파헤쳐 대성공을 거두었다.
  • [9] 주인공 그루누이가 태어난 생선 시장은 악취의 극치를 달리는 장소로, 냄새에 대한 그의 기이한 운명을 암시한다.
  • [10] 주인공이 군중에게 먹히며 파멸하는 기괴한 결말은 향수로 얻은 가짜 사랑과 지배력의 허무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 [11]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81662 — 요하네스 호퍼는 향수병을 정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생리적 증상을 동반하는 치명적 질병으로 규정했다.
  • [12] 용연향은 바다 위에 오랫동안 떠다니며 햇빛과 바닷물에 산화되어야 특유의 고급스러운 향을 갖게 된다.
  • [13] 당시 클래식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에 대한 음악계의 보수적인 반발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 [14]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 민요를 듣고 향수병에 빠져 집단 탈영하거나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악 연주를 법으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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