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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한히 많아지면 모두가 부자가 될까?


돈이 무한히 많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화폐 가치의 폭락으로 인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현상이 발생한다.

돈이 무한히 많아지면 모두가 부자가 될까?
돈이 무한히 많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화폐 가치의 폭락으로 인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현상이 발생한다.
Magyar Nemzeti Bank (Hungarian National Bank) · Public domain · HUP 100MB 1946 obverse.jpg
1. 돈이 무한히 많아지면 모두가 부자가 될까?
돈이 무한히 많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화폐 가치의 폭락으로 인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현상이 발생한다.
1.1 개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의 통장에 하루아침에 수십억 원 혹은 수백억 원이 찍힌다면, 그 순간부터 돈은 부의 척도가 아니라 그냥 '숫자가 적힌 종이 조각' 내지는 '디지털 데이터의 쓰레기'로 전락한다. 부라는 개념은 단순히 화폐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희소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돈의 양이 무한히 늘어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양이 그대로라면, 늘어난 화폐량만큼 물가가 상승하여 실질적인 부의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1.2 화폐의 본질과 희소성의 법칙
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 경제학적으로 부의 본질은 화폐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실물 자산과 서비스이다.
만약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무한한 돈을 갖게 된다면, 아무도 힘들게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고, 공장 노동자가 물건을 만들지 않으며,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시중에는 돈만 넘쳐나고 정작 돈으로 사야 할 쌀, 옷, 생필품 등은 극도로 부족해진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완전히 바닥을 치게 되므로, 물건의 가격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게 된다.
1.3 역사적 사례: 초인플레이션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으며, 역사 속에서 통화량을 무분별하게 늘렸을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수없이 증명되어 왔다.
-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바이마르 공화국):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갚기 위해 마르크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냈다. 그 결과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에 돈을 가득 실어 와야 했으며, 돈을 땔감으로 쓰는 것이 땔감을 사는 것보다 저렴한 기현상이 벌어졌다.[3]https://www.bundesbank.de/en/tasks/topics/100-years-of-hyperinflation-917718 —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아이들이 지폐 다발을 갖고 탑을 쌓는 놀이를 하거나, 벽지 대신 지폐를 벽에 붙이는 기현상이 실제로 찍힌 사진으로 전해진다.
- 2000년대 짐바브웨: 경제 실정으로 인해 100조 짐바브웨 달러 화폐까지 발행했으나, 정작 이 돈으로 계란 몇 개조차 사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1]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인쇄 종이 부족으로 인해 지폐 발행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겪었다. 주민들은 자국 화폐를 버리고 미국 달러나 물물교환을 선택했다.
- 최근의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만 믿고 무분별한 복지 정책과 화폐 발행을 지속하다가 초인플레이션을 겪었으며, 지폐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지폐 자체의 가치보다 높은 지경에 이르렀다.[2]베네수엘라의 지폐 공예가들은 볼리바르 지폐 여러 장을 접어 만든 가방이나 지갑을 관광객에게 팔아 지폐 액면가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 사례들은 돈의 수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절대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1.4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부(富)'
'부자'라는 개념 자체가 타인과의 비교를 전제로 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모두가 100억 원을 가지고 있다면 100억 원은 더 이상 부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그 사회의 '평균' 내지는 '기본값'이 될 뿐이다.
돈이 무한해진 세상에서는 화폐 대신 다른 희소한 자원이 새로운 부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강남의 아파트, 한정판 명품, 혹은 '남을 위해 기꺼이 육체노동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의 노동력' 그 자체가 새로운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화폐의 단위만 달라졌을 뿐, 희소한 자원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빈부격차는 다른 형태로 다시 출현하게 된다.
1.5 결론
모두가 부자가 되는 유한하고 유일한 방법은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풍족해질 때 비로소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부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돈을 무한히 만드는 것은 부의 창출이 아니라, 경제의 멸망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2. 여담
2.1 100조 달러 지폐와 초인플레이션의 역사적 교훈
돈의 양이 무한히 늘어날 때 벌어질 현상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2008년 짐바브웨의 초인플레이션 사태이다. 당시 짐바브웨 정부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무제한에 가깝게 찍어냈고, 그 결과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시장에 돈이 넘쳐나자 화폐 가치는 사실상 0에 수렴하여, 계란 한 판을 사기 위해 수레에 돈다발을 가득 실어 가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모두가 숫자상으로는 '조만장자'가 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극빈층으로 전락하며, 화폐의 수량 증가가 부의 증가와 전혀 무관함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2.2 만성적 물질 부족과 물물교환 체제로의 퇴행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무한대가 되면 화폐에 대한 신뢰가 완벽히 붕괴하며, 경제 시스템은 현대적 금융 거래 이전의 물물교환 체제로 강제 퇴행한다. 실제로 역사상 심각한 통화 가치 하락을 겪은 국가들에서는 화폐 대신 담배, 통조림, 금속, 생수 등이 실질적인 통화 역할을 대신했다.[4]제2차 세계대전 직후 포로수용소에서는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래드클리프가 관찰했듯 담배가 완전한 통화의 기능을 수행했다. 모두가 무한한 돈을 가지게 되면 아무도 노동이나 상품 공급의 대가로 현금을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돈이 가장 흔해진 세상에서 진짜 재화(물질)를 소유한 사람만이 진정한 부자로 남게 되는 기이한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2.3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골드 복사 파동과 경제 붕괴
가상 세계 역시 현실의 경제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MMORPG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 시리즈 등에서는 시스템 오류(버그)로 인해 게임 내 화폐(골드)가 무제한으로 복사·유포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모든 유저가 무한에 가까운 골드를 가지게 되자, 유저 간 거래 시장인 경매장의 물품 가격은 순식간에 시스템 최고가 수치를 경신했다. 결과적으로 골드의 가치가 완전히 소멸하여 유저들은 골드로 물건을 사고팔 수 없게 되었고, 게임 내 경제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어 제작사가 서버를 백섭(롤백)하거나 화폐 가치를 강제 리셋해야만 했다.
2.4 스페인 제국의 '은(銀) 과다 유입'과 가격 혁명
16세기 스페인 제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여 엄청난 양의 은을 본국으로 유입시켰다. 당시의 관점에서는 국가 전체의 부가 무한히 늘어난 것처럼 보였으나, 결과는 잔인했다. 유입된 은의 양에 비해 유럽 전체의 농산물 및 공업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 전역의 물가가 3~4배 이상 폭등하는 '가격 혁명'이 일어났다.[5]https://www.britannica.com/topic/Price-Revolution — 포토시 은광에서 쏟아져 들어온 엄청난 양의 은은 유럽 경제를 흔들었으며, 경제사학에서는 이를 가격 혁명이라 부른다. 정작 돈(은)이 너무 많아진 스페인은 국내 산업 기반을 육성하는 대신 수입품에 의존하다가 화폐 가치 하락과 함께 제국의 몰락을 맞이했다. 금속 화폐 시절에도 화폐의 절대량이 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2.5 상대적 부의 개념과 사회적 계급의 재편
경제학적 관점에서 '부(Wealth)'는 절대적인 화폐의 액수가 아닌, 남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상대적 지위'를 의미한다. 만약 신이 내린 기적으로 모든 인류의 통장 잔고가 무한대가 된다면, 타인의 노동을 구매할 수 있는 상대적 우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즉, 건물주도, 청소부도, 의사도 모두 무한의 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무도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적 서비스와 생산활동이 전면 중단되므로, 절대적 수치로서의 '모두가 부자인 상태'는 경제학적으로 '모두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상태'와 완전히 동의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