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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은 어떻게 현재의 형태로 정착했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 시스템은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처음부터 의도하여 강제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효율성 추구와 글로벌 대회에서의 전략적 대립을 거쳐 형성된 'EU 메타'를 바탕으로 정착하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은 어떻게 현재의 형태로 정착했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 시스템은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처음부터 의도하여 강제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효율성 추구와 글로벌 대회에서의 전략적 대립을 거쳐 형성된 'EU 메타'를 바탕으로 정착하였다.
Randy359th · CC BY-SA 4.0 · Cosplay of Wukong from League of Legends at Katsucon 2016.jpg
1.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은 어떻게 현재의 형태로 정착했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 시스템은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처음부터 의도하여 강제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효율성 추구와 글로벌 대회에서의 전략적 대립을 거쳐 형성된 'EU 메타'를 바탕으로 정착하였다.
1.1 초창기의 혼돈과 다양한 시도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 극초기에는 현재와 같은 '탑 1명, 정글 1명, 미드 1명,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 2명'이라는 고정된 포지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유저들은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CHAOS나 DotA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자유롭게 라인에 서곤 했다.[1]초창기 유저들은 LOL만의 고유한 라인전 개념을 잘 몰라 카오스나 도타의 지식에 의존하여 '센터', '센' 등으로 불리는 미드 라인전이나 '립'이라고 불리던 정글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들고 오기도 했다. 당시에는 2인 라인이 두 개, 1인 라인이 한 개로 구성되는 2-1-2 조합이 흔했으며, 정글러라는 보직 자체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소환사의 협곡 내에 존재하는 정글 몬스터의 강력함 때문에 특정 챔피언이 아니면 정글링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는 원거리 딜러가 성장이 빠르고 라인전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미드 라인에 서는 일이 빈번했다. 또한 탑 라인에 두 명의 챔피언이 올라가 서로 CS를 다투는 일도 흔했다. 효율적인 골드 분급이나 조합의 시너지보다는 단순한 체급과 라인전에서의 상성이 승패를 좌우하던 시대였다.
1.2 EU 메타의 등장과 글로벌 충돌
포지션 정착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개최된 '시즌 1 월드 챔피언십'이었다.[2]https://www.lolesports.com — 2011년 6월 스웨덴 드림핵에서 열린 이 대회는 후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최초의 대회로 인정받으며 '시즌 1 롤드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대회에서 북미 팀들은 기존의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한 2-1-2 혹은 조합 중심의 스타일을 고수한 반면, 유럽 팀들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라인 배치를 들고 나왔다. 이것이 바로 'EU 메타'라 불리는 전략이다.
유럽 팀들은 경험치와 골드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혼자서도 잘 버티는 단단한 챔피언을 탑에 배치하고, 성장 시 발회의 여지가 높은 주문력 중심의 마법사 챔피언을 맵 중앙인 미드에 세웠다. 그리고 정글 자원을 전담하여 맵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글러를 필수적으로 두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바텀 라인이었다. 골드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원거리 딜러에게 라인의 모든 CS를 몰아주고, 골드 의존도가 낮지만 CC기나 보호 능력이 뛰어난 챔피언을 '서포터'로 붙여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완벽히 보좌하도록 만든 것이다.
대회 결과, 유럽의 EU 메타는 북미의 기존 스타일을 그야말로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맵 컨트롤 측면에서 EU 메타가 훨씬 우월하다는 점이 전 세계에 증명된 순간이었다.
1.3 라이엇 게임즈의 시스템적 고착화
EU 메타가 전 세계 라인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자,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 역시 이를 게임 시스템 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저들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특정 메타를 강제하는 것을 경계했으나, 랭크 게임의 혼란을 막고 경기 관전의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EU 메타를 대전 시스템의 기준점으로 삼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2016년 도입된 '포지션 사전 지정 시스템'이다.[3]2016년 6.1 패치를 통해 도입된 이 시스템 덕분에 챔피언 선택 창에서 서로 미드나 탑을 가겠다며 채팅창에서 대립하거나 일명 '픽창 꼴픽'을 하는 막장 상황이 크게 줄어들었다.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탑, 정글, 미드, 봇(원거리 딜러), 서포터 중 원하는 포지션을 선택하여 매칭을 돌리게 되었다. 이에 더해 라이엇 게임즈는 바텀 포탑의 방어력을 타 라인 포탑보다 낮게 설정하여 바텀 2인 라인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정글 전용 아이템과 서포터 전용 골드 수급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현재의 5개 포지션 체계를 완전히 고착화시켰다.
1.4 라인 스왑의 종식과 현재의 모습
EU 메타가 정착한 이후에도 프로 씬에서는 라인전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탑과 바텀을 바꾸는 '라인 스왑' 전략이 오랜 기간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초반 라인전의 긴장감을 저하시키고 지루한 타워 철거 전으로 게임을 이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라이엇 게임즈는 포탑 방어력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등 적극적인 패치를 통해 이러한 편법을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의 포지션은 게이머들이 발견한 최적의 효율성과 이를 수용하고 보완한 개발사의 시스템적 지원이 결합하여 완성된 형태이다. 물리적인 맵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솔로 라이너 둘, 정글러 하나, 그리고 바텀 듀오로 이어지는 이 포지션 틀은 앞으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뼈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 여담
2.1 EU 스타일의 확립과 시애틀의 비극
현재 '탑-정글-미드-원딜-서포터'로 이어지는 포지션 규격화는 라이엇 게임즈가 의도한 디자인이 아닌, 유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자연발생한 시스템이다. 북미 서버가 주도하던 시즌 1 초창기에는 2탑 1미드 2바텀이나 원거리 딜러가 미드를 가는 등 혼돈의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11년 IGN ProLeague 및 시즌 1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의 성장 효율성을 극대화한 유럽팀(Fnatic, counter logic gaming EU 등)의 'EU 스타일(1탑-1정글-1미드-1원딜 1서포터 바텀)'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북미 거물팀들이 유럽의 원딜-서포터 바텀 조합에 일방적으로 도륙당한 사건은 라인전 개념을 뿌리째 바꾼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되어 있다.
2.2 포지션 고착화 방지와 라이엇의 시스템적 패배 선언
시즌 2~3 당시 라이엇 게임즈는 특정 플레이 스타일이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하여 "유저들의 자유로운 전략 선택"을 옹호하며 EU 스타일의 시스템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유저들 사이에서 포지션 선점을 둘러싼 분쟁과 차이어(Chatting War), 픽창 트롤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2016년 시즌 6을 기점으로 도입된 '자율 랭크 및 포지션 사전 선택 시스템'은 라이엇이 유저들이 만든 EU 스타일을 게임의 공식 규칙으로 승인했음을 뜻하는 결정적 사건이다.
2.3 라인 스왑의 창시와 라이엇의 강제 매카니즘 개입
한국의 MiG Frost(현 CJ 엔투스)를 필두로 한 롤챔스 초기 팀들은 바텀의 원딜-서포터 조합을 탑으로 보내 상대 탑 라이너의 성장을 억제하고 빠르게 포탑을 철거하는 '라인 스왑' 전략을 발명했다. 이 전략은 Pro 신에서 오랜 기간 주류 메타로 자리 잡았으나, 초반 10분간 서로 포탑만 깨고 교전을 피하는 지루한 양상을 초래했다. 이에 라이엇은 2016년 봇 라인 포탑에만 초반 방어력 요새화 버프를 부여하고, '포탑 첫 타격 골드' 시스템을 신설하는 등 게임 매카니즘을 직접 수정하여 라인 스왑을 사실상 강제 매장시켰다.
2.4 메타 파괴자들의 등장과 서포터 포지션의 이변
서포터 포지션은 역사적으로 가장 다채롭고 기괴한 실험이 이뤄진 분야다. 대표적으로 2016 롤드컵 4강에서 ROX Tigers가 SKT T1을 상대로 꺼내든 '미스 포츈 서포터'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서포터로 기용하여 상대 핵심 픽인 자이라를 완벽히 억제한 전설적인 전략으로 남아있다.[4]https://www.youtube.com/watch?v=0hO4K2c2S8M — 당시 락스 타이거즈의 고릴라(강범현) 선수가 원거리 딜러였던 미스 포츈의 E 스킬 '총탄 세례'를 활용해 자이라의 식물을 순식간에 제거하는 신들린 전략을 선보이며 롤드컵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또한, 정글 아이템의 허점을 노려 라인 CS를 포기하고 정글러와 함께 맵 전체를 돌아다닌 '노 CS 눔바니/성배 타릭', '유체화 점멸 상주형 쉔/싱드' 등 메타의 틈새를 노린 메타 파괴적 시도들은 매번 라이엇의 핫픽스(긴급 패치) 대상 1순위였다.
2.5 2018년 '원딜 잔혹사'와 빅 카오스 메타
8.11 패치로 대표되는 2018 시즌은 원거리 딜러의 능력치와 아이템이 대대적으로 깎여 나가며 바텀 라인의 교과서가 완전히 파괴된 시기였다. 바텀에 원딜 대신 야스오, 블라디미르, 스웨인, 엠머리(모데카이저) 등 격투가 및 마법사 챔피언이 등장하는 일명 '비원딜 메타'가 도래했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원거리 딜러만 전담하던 프로 선수들이 벤치로 물러나거나 마법사 챔피언을 급하게 연습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며, 전통적인 EU 스타일이 언젠든 완전히 무너질 수 있음을 증명한 가장 파격적인 기간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