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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는 얼마나 똑똑할까?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 중 하나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어는 얼마나 똑똑할까?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 중 하나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damn_unique · CC BY-SA 2.0 · Octopus tentacles.jpg
1. 문어는 얼마나 똑똑할까?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 중 하나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1 무척추동물의 지능 신화
흔히 지능이라고 하면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나 조류 같은 척추동물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문어는 이러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존재다. 뇌의 구조부터 척추동물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영장류나 조류에 비견될 정도로 고도화된 인지 능력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문어를 독자적으로 진화한 '지구상의 외계인'으로 칭하기도 한다.[1]지능과 신경계 구조가 척추동물과 완전히 달라, 진화생물학자 피터 갓프리드스미스는 저서 《아더 마인즈》에서 문어를 외계 지성체에 가장 가까운 지구 생물로 비유했다.
1.2 문어의 뇌와 신경계 구조
문어의 지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이한 신경계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문어는 전체 신경세포(뉴런)의 수가 약 5억 개에 달하는데, 이는 개나 고양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놀라운 점은 이 신경세포의 3분의 2가 머리의 중앙 뇌가 아닌 8개의 다리에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다리가 일종의 미니 뇌처럼 독자적으로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머리에서 "먹이를 잡아라"라는 개괄적인 명령을 내리면, 다리가 알아서 환경을 탐색하고 정교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중앙집중형인 인간의 신경계와 달리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를 채택했음에도 매우 높은 인지 기능을 발휘한다.
1.3 뛰어난 문제 해결 및 도구 사용 능력
문어의 지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환경에 대한 적응과 도구 활용이다. 잠긴 병을 안쪽에서나 바깥쪽에서 회전시켜 열고 탈출하는 것은 이미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미로를 탈출하는 속도도 매우 빠르며, 한 번 해결한 문제는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번에 훨씬 더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한다.
도구 사용 능력 역시 탁월하다. 코코넛 껍질이나 조개껍데기를 모아 들고 다니다가 포식자의 공격이나 위험이 감지되면 이를 합쳐 자신만의 이동식 방어 기지로 삼는 모습이 관찰되었다.[2]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09)01914-9 — 2009년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줄문어가 코코넛 껍질을 모아 들고 다니며 방어용 은신처로 사용하는 모습이 정식으로 보고되었다. 무척추동물이 미래를 예측하고 도구를 소지하고 다닌다는 점은 생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1.4 학습 능력과 장기 기억
문어는 관찰 학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비척추 생물이다. 다른 문어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관찰한 뒤,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훨씬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이 명확히 구별되어 있다. 장난감이나 도구를 주면 가지고 놀면서 특성을 탐구하는 '놀이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지능이 높은 동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사육사를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특정 사람에게만 물을 뿜는 등의 호불호와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1.5 의태와 위장술에 담긴 지능
문어의 위장 능력은 단순히 피부색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선다. 주변 환경의 색상, 질감, 음영을 순식간에 파악하여 피부의 색소 포유동물과 돌기를 조절함으로써 완벽하게 바위나 모래, 해조류로 변신한다.
특히 흉내문어 같은 종은 바다뱀, 쏠종개, 가오리 등 독이 있는 다른 맹독성 생물 15종 이상의 형태와 헤엄치는 습성까지 완벽하게 모방한다.[3]https://doi.org/10.1098/rspb.2001.1788 —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흉내문어는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맞춤형으로 상극인 독성 생물의 형태를 모방한다. 이는 단순히 본능적인 위장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어떤 생물로 변신할지 결정하는 고차원적인 뇌 활동의 결과다.
1.6 진화적 한계와 짧은 수명
이토록 똑똑한 문어지만 지능의 발전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으로 짧은 수명이다. 대부분의 문어는 수명이 1년에서 3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번식이 끝난 직후 암수 모두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획득한 지식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지식이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문화적 전승'이 불가능한 고독한 천재들인 셈이다. 만약 문어의 수명이 길고 세대 간 학습이 가능했다면 문명에 가까운 체계를 구축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나오는 이유다.


2. 여담
2.1 도구 활용 및 고급 문제 해결 능력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입증된 생물이다. 야생의 줄문어(*Amphioctopus marginatus*)는 버려진 야자수 껍질이나 조개껍데기를 수집해 이동한 뒤,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때 이를 합쳐 완벽한 은신처를 만드는 기염을 토한다. 또한 코코넛 껍질 두 개를 배 밑에 깔고 스티놀 기법(소위 '탱크 걸음')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4]코코넛 껍질을 겹쳐 들고 긴 다리로 어색하게 걷는 모습이 마치 조종되는 탱크나 로봇 같다고 하여 붙은 별칭이다. 수족관의 문어들은 잠긴 병뚜껑을 안쪽과 바깥쪽에서 모두 열 수 있으며,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거나 복잡하게 꼬인 튜브를 풀어 내부의 먹이를 획득하는 등 높은 수준의 공간 지능과 도구 응용력을 보여준다.
2.2 개체별 성격 차이와 유희 행동
문어는 개체마다 명확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성격(Personality)을 지닌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개체라 할지라도 담대함, 호기심, 공격성, 수줍음 등의 형질이 다르게 나타난다. 장난을 치는 '유희 행동'도 보고되었는데, 실험실의 일부 문어들은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불어넣은 수조의 에어스톤(기포기)이나 플라스틱 공을 물살로 밀어내며 반복해서 가지고 노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는 단순한 본능적 행동을 넘어 개체 내면에 유희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2.3 탈출 극화 및 영악한 장난기
전 세계 수족관 관람기 및 사육 일지에서 문어는 '탈출의 마술사'로 통한다. 뼈가 없는 유연한 몸 덕분에 자신의 눈알 크기만 한 구멍만 있어도 탈출이 가능하다.
2.4 장기 기억력과 사육사 개별 식별
문어는 중앙집중식 뇌뿐만 아니라 8개의 다리에 신경세포(뉴런)의 3분의 2가 분산되어 있는 독특한 신경계를 지녔음에도 뛰어난 장기 기억력을 자랑한다. 자신에게 악의를 보였거나 싫어하는 먹이를 준 특정 사육사의 얼굴 및 복장을 정확히 기억하며, 해당 사람이 다가오면 수조 내부에서 먹물이나 물을 강하게 뿜어 공격하는 보복 행동을 보인다. 반대로 친숙한 사육사에게는 몸의 색을 밝게 변화시키며 다리로 손을 감싸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2.5 관찰 학습 및 사회적 지능의 가능성
기본적으로 독거 생활을 하는 비사회적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문어는 타개체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여 배우는 '관찰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빨간 공과 파란 공 중 특정 색을 선택해야 보상을 받는 훈련을 받은 문어를 투명한 수조 너머로 관찰한 다른 문어는, 별도의 훈련 과정 없이도 즉시 정답이 되는 색의 공을 선택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자손에게 지식을 전수하지 않는 생태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차원적인 인지 및 모방 지능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