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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시간(Time)은 특정 시점과 다른 시점 사이의 간격이나 변화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기본 물리량이다.

시간
시간(Time)은 특정 시점과 다른 시점 사이의 간격이나 변화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기본 물리량이다.
Isabelle Grosjean ZA · CC BY-SA 3.0 · MontreGousset001.jpg
시간(Time)은 특정 시점과 다른 시점 사이의 간격이나 변화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기본 물리량이다.
1. 시각과 시각 사이의 물리량
1.1 개요
흔히 일상생활에서 시각(Time instant)과 혼용되곤 하지만, 물리학적 관점에서 시간은 일종의 '기간(Duration)' 또는 '변화의 척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지금 몇 시인가?"에 대한 답이 시각이라면, "얼마나 걸렸는가?"에 대한 답이 바로 이 문서에서 다루는 시간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이동하고 에너지 상태가 변화함에 따라 함께 흘러가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현대 물리학으로 들어설수록 그 본질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까다로워지는 기묘한 물리량이기도 하다.
1.2 정의 및 단위
국제단위계(SI)에서 시간의 기본 단위는 초(second, 기호 s)이다. 과거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주기나 공전 주기를 기준으로 1초를 정의했으나,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보다 정밀한 원자적 현상을 기준으로 재정의되었다.
현재 쓰이는 1초의 정의는 세슘-133 원자의 바닥상태에 있는 두 미세 구조 수준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91억 9263만 1770주기의 지속 시간이다.[1]https://www.bipm.org/en/si-base-units/second — 1967년 제13차 국제가도총회(CGPM)에서 체결된 정의다. 이전에는 세슘 원자가 아닌 지구 공전 주기를 기반으로 한 건출년 기준 1초가 쓰였다. 이처럼 원자 시계를 바탕으로 한 정의 덕분에 인류는 극도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일상적으로는 초 외에도 분, 시간, 일, 년 등의 단위가 혼용되며, 극미의 세계에서는 밀리초, 마이크로초, 나노초, 페름초 등의 단위가 쓰인다.
1.3 물리학에서의 시간 변화
고전 물리학, 즉 뉴턴 역학의 세계관에서 시간은 우주 전체에 걸쳐 절대적이고 동일하게 흘러가는 절대시간(Absolute time)이었다. 누구에게나,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한 속도로 흐르는 거대한 배경과 같은 개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절대적 시간 관념은 산산조각이 났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이동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 지연 현상이 발생하여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2]https://doi.org/10.1103/PhysRev.54.48 — 1938년 아이브스-스틸웰 실험을 통해 우주선 뮤온의 수명 연장 현상이 관측되면서 실제 물리 현상임이 입증되었다. 이어 발표된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시간은 우주의 절대적인 배경이 아니라 시공간이라는 하나의 직물로 엮여 있으며,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중력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유연한 물리량이다.
1.4 시간의 화살과 엔트로피
시간은 공간과 달리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만 나아가는 이 불가역적인 특성을 물리학에서는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리 법칙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고립계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진행한다. 엎질러진 물이 다시 컵으로 들어가지 않고, 깨진 계란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리 법칙의 수식 자체는 시간이 역전되어도 성립하는 경우가 많지만, 통계역학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곧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의 방향성이 된다.
1.5 현대 물리학의 과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오면 시간의 개념은 더욱 모호해진다. 양자역학에서는 시간을 입자처럼 양자화된 물리량이 아닌, 단순히 계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외부 매개변수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3]양자역학 수식에서 시간 $t$는 위치나 운동량과 같은 연산자(Operator)가 아니라 단순한 변수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하나로 합치려는 양자 중력 이론(끈 이론, 루프 양자 중력 등)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최대의 난제로 꼽힌다.
일부 현대 이론물리학자들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우주의 근본적인 요소가 아니라, 거시적인 세계에서 수많은 입자들의 상호작용 결과로 창발(Emergence)한 부수적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파격적인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2. 불교 사상의 핵심 개념
불교에서 시간은 실재하는 독립적 객체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무상)과 그 원인·결과의 상호 의존 관계(연기)를 인식하는 마음에 의해 구성된 주관적·상대적 개념이다.
불교 사상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구 고전 물리학이나 타 종교에서 말하는 '절대적이고 영속적인 척도'로서의 시간과 궤를 달리한다. 불교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로 보지 않고, 찰나의 순간마다 생멸을 반복하는 현상의 연속이자 연기적 관계의 사유 틀로 이해한다. 따라서 불교의 시간론은 존재론 및 인식론과 불리의 관계에 있으며, 찰나설, 삼세실유, 유식학의 시간관 등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발달 과정에 따라 다채롭게 다루어진다.
2.1 무상과 찰나: 현상의 연속으로서의 시간
불교 시간관의 출발점은 제행무상, 즉 '모든 형성된 것은 변한다'는 명제에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변하므로 시간 역시 그 자체로 고정되어 흐르는 공간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로 찰나를 제시한다.[4]찰나라는 표현은 산스크리트어 찰나(Kṣaṇa)에서 유래한 음차어다. 현상은 이 찰나의 순간에 생겨나고 머물며 변하고 사라지는 생주이멸의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흐름은 마치 영화 필름의 개별 프레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연속된 움직임처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즉, 독립된 찰나의 현상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연속성을 띠기 때문에 마치 '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할 뿐이다. 찰나의 순간 속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찰나적으로 상응하며 존재하므로, 불교에서 유효한 시간은 오직 현재의 이 찰나뿐이다.
2.2 삼세와 연기: 과·현·미의 관계성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삼세의 개념은 불교 시간론의 주요 축을 이룬다. 부파불교 시기에는 삼세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치열한 부파 간 논쟁이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설일체유부는 법의 자성이 삼세에 걸쳐 실재한다는 '삼세실유 법체항유'를 주장했다. 즉, 존재의 본질적인 성질은 과거, 현재, 미래에 항상 존재하지만, 그 작용이 나타나고 사라짐에 따라 시간의 차이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량부와 대승불교는 이러한 설일체유부의 입장이 실체론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므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없으며, 오직 현재만이 연기하여 존재할 뿐이라고 보았다. 과거의 업이 원인이 되어 현재의 결과를 낳고, 현재의 행위가 다시 미래의 결과를 형성하는 연기적 인과관계 속에서만 삼세의 의미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세는 일직선으로 연장된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인과법칙에 의해 얽혀 있는 상대적 시간이다.
2.3 인식론적 시간: 유식과 중관의 시간관
대승불교의 유식학파에 이르면 시간의 실재성은 완전히 부정되고 인식의 차원으로 환원된다. 유식학에서는 삼계가 오직 마음이 만든 것(유심)이라 보므로, 시간 역시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가 인연을 만나 현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분별작용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즉, 주관적 인식을 떠난 객관적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은 마음이 만들어낸 불상응행법, 즉 가립된 개념일 뿐이다.
중관학파 역시 공 사상을 바탕으로 시간을 해체한다. 용수는 중론에서 시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의존하는 현상이 있어야 하고, 현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의존해야 하므로, 둘은 서로를 전제로만 성립하는 공한 것이라 논증했다.[5]용수의 중론 제19장 관시간품(觀時間品)에서 집중적으로 논해지는 핵심 논지다. 과거가 존재해야 현재와 미래가 존재할 수 있지만, 과거 시점에는 현재와 미래가 없으므로 삼세는 각자의 고유한 자성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시간은 언어적 혜량에 의해 임시로 이름 붙여진 가명에 불과하다.
2.4 해탈과 시간: 십세호섭과 일념즉시무량겁
불교 시간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시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에 있다. 중생은 시간에 갇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며 삼매에 들지 못하지만, 깨달음의 경지에서는 시간의 제약이 완전히 수용되고 초월된다. 화엄사상에서는 이러한 시간의 융합을 '십세호섭'이나 '일념즉시무량겁'이라는 명제로 표현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가 각각 다시 삼세를 포함하여 구세를 이루고, 이를 통섭하는 한 생각이 더해져 십세를 이룬다. 이 십세는 서로 걸림 없이 포용되어, 아주 짧은 한 생각의 순간(일념) 속에 무한한 시간(무량겁)이 담길 수 있고, 반대로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한 순간에 녹아들 수 있다. 깨달은 자의 관점에서 시간은 더 이상 분절되고 대립하는 굴레가 아니라, 찰나와 영원이 일치하는 통전적 실재로 변모한다.


3. 여담
3.1 중력 시간에 의거한 지구 중심부의 상대적 청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의 흐름은 느려진다. 지구의 중심부는 표면보다 중력 포텐셜이 낮아 시간의 시차(Gravitational time dilation)가 발생한다.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의 예견을 바탕으로 2016년 물리학자 울릭 우구르세거(Ulrik Uggerhøj) 연구팀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구 중심부는 약 45억 년의 지구 역사 동안 표면보다 약 2.5년 정도 시간이 덜 흘렀다. 즉, 지구의 속은 껍질보다 물리적으로 2.5살 더 젊은 셈이다.[6]리차드 파인만이 1960년대 강의에서 언급했던 아이디어를 울릭 우구르세거 연구진이 실제 정밀 계산으로 입증해낸 사례다.
3.2 우주 최저의 온도와 원자시계의 오차율
현대 인류가 정의한 '1초'는 세슘-133 원자의 진동수(91억 92631,770회)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개발된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는 원자들을 절대영도(0 Kelvin)에 가까운 상태로 냉각시켜 운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시계의 오차율은 150억 년에 1초 수준으로, 우주의 현재 나이(약 138억 년) 동안 작동시켰더라도 단 1초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확도를 자랑한다.
3.3 찰나(刹那)와 십찰나: 불교와 현대 물리학의 시간 최소 단위
불교의 아비달마구사론(阿毗達磨俱舍論)에서 시간에 대한 가장 작은 단위로 등장하는 '찰나(Kṣaṇa)'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사이에 65찰나가 지난다고 서술된다. 이를 현대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약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점은 현대 양자역학에서도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의 최소 단위인 '플랑크 시간(Planck time, 약 $5.39 \times 10^{-44}$초)'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찰나가 인간의 감각적 인지의 한계를 뜻한다면, 플랑크 시간은 우주 물리 법칙이 성립하는 한계를 의미한다.
3.4 광속 이동 시의 시간 정지와 우주 광자의 무시간성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물체의 이동 속도가 빛의 속도(c)에 가까워질수록 외부 관찰자가 보는 그 물체의 시간은 멈추게 된다. 따라서 질량이 없어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광자(Photon)의 관점에서는 생성된 순간과 소멸하는(어딘가에 흡수되는) 순간 사이의 시간 간격이 정확히 0이다. 우주 초기 대폭발(빅뱅) 직후 발생하여 138억 년 동안 우주를 항해해 온 우주배경방사선 광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탄생함과 동시에 지구의 망원경에 포착된 것과 같다.
3.5 하루 24시간 체계의 지구 역사적 변동성
지구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는 고정된 상수(Constant)가 아니다. 달에 의한 조석 마찰력 때문에 지구의 자전은 매우 천천히 느려지고 있다. 화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14억 년 전 선캠브리아 시대 지구의 하루는 약 18.7시간에 불과했으며,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 백악기(약 7,000만 년 전)의 하루는 약 23.5시간이었다.[7]퇴적암층의 지질학적 주기(밀란코비치 주기)와 삼엽충·산호 화석의 성장 선을 분석하여 구한 결과다. 즉, 지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으며, 먼 미래의 하루는 25시간을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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