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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동해로 미사일을 쏠까?


북한이 주로 동해(일본해) 방향으로 탄도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하는 행위는 지리적 안전성, 기술적 시험의 용이성, 그리고 정치·외교적 도발 효과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군사 전략적 선택이다.

북한은 왜 동해로 미사일을 쏠까?
북한이 주로 동해(일본해) 방향으로 탄도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하는 행위는 지리적 안전성, 기술적 시험의 용이성, 그리고 정치·외교적 도발 효과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군사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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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은 왜 동해로 미사일을 쏠까?
북한이 주로 동해(일본해) 방향으로 탄도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하는 행위는 지리적 안전성, 기술적 시험의 용이성, 그리고 정치·외교적 도발 효과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군사 전략적 선택이다.
1.1 지리적 환경과 안전 문제
북한의 국경과 인접 국가들의 배치는 미사일 발사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북쪽과 서쪽은 각각 중국과 러시아라는 우방국이자 강대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의 영토나 영해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의도치 않은 영공 침범이나 낙하물 피해로 인해 심각한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남쪽 역시 대한민국이 위치해 있어 전면전의 꼬투리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동쪽은 넓은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 영해와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떨어뜨리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안전하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 내에서 발사해 타국의 영토를 지나지 않고 공해상에 낙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위가 동쪽이다.
1.2 기술적 시험 및 사거리 조절 (고각 발사)
북한이 개발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수천에서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가 미국 본토나 하와이, 괌 등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사거리를 모두 사격하는 발사는 주변국의 즉각적인 실전 군사 대응을 부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발사 각도를 수직에 가깝게 높여 쏘는 이른바 고각 발사 방식을 채택한다.[1]고각 발사는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정점 고도를 수천 킬로미터까지 올리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최고 속도로 재입구하는 미사일의 내열 시험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기형적 발사 형태다. 고각 발사를 하면 미사일이 정점 고도는 매우 높게 올라가지만, 비행 거리는 짧아져 동해 공해상에 안전하게 낙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북한은 타국을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대기권 재입입 기술이나 엔진 성능 등 미사일의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실전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1.3 정치 및 외교적 무력 시위
동해로의 미사일 발사는 단순한 기술 시험을 넘어 다분히 계산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해 건너편에는 한미동맹의 핵심 축이자 주일미군 기지가 위치한 일본이 존재한다.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림으로써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미군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시화하는 효과를 노린다.
특히 일본의 배전적 경제수역(EEZ) 내부나 그 근해에 미사일을 낙하시킴으로써 한·미·일 3국의 공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발사 시점 역시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이나 국제정치적 주요 이벤트가 있을 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1.4 탐지 및 레이더 추적의 용이성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는 발사된 미사일의 궤적과 비행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수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동해안을 따라 신포, 무수단리, 통천 등 주요 군사 및 미사일 기지를 집중 배치해 두고 있다.[2]함경남도 신포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장이 있는 핵심 기지이며, 함경북도 무수단리는 과거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미사일 시험장이다.
동해안 기지에서 발사할 경우, 자국 동해안에 설치된 고성능 레이더와 계측 장비를 통해 미사일의 비행 상태를 끝까지 추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용이하다. 서해의 경우 수심이 얕고 중국과의 해상 경계가 모호하여 데이터 수집 및 발사체 회수 측면에서 동해보다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2. 여담
2.1 고각 발사와 '지구 곡률'의 한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주로 사용하는 '고각 발사(Lofted Trajectory)'는 미사일을 정상 각도(30~45도)보다 훨씬 높은 수직에 가깝게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사거리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거리가 수천 km에 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조차 동해상의 한정된 수역에 떨어지게 된다. 즉, 동해의 폭(약 1,000km)이라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북한은 미사일의 궤도를 극단적으로 올려 지구 곡률을 무시하는 듯한 기이한 낙하 곡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2.2 원산 갈마 비행장과 '백두산 영웅'들의 해변
미사일 발사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전용 별장(원산 관저)과 대규모 관광지구가 인접한 곳이다.[3]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산 갈마반도 인근에 전용 관저와 전용 정박장, 비행장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미사일 발사를 직접 참관하고 현지 지도를 진행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단순한 군사훈련을 넘어 최고지도자의 치적을 홍보하는 '이벤트'로 활용하는데, 원산 앞 동해상은 카메라 화각 확보와 조명 조건이 좋아 고화질 발사 영상을 촬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주체사상 탑이나 백두산이 아닌,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화염을 내뿜는 미사일 사진은 대내외 프로파간다용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연출이다.
2.3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라는 정밀한 도발선
북한 미사일의 낙하 지점은 대부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바로 안쪽이나 외곽 경계선에 걸친다. 이는 의도치 않은 영해 침범으로 인한 공멸 수준의 군사적 충돌은 피하면서도, 일본과 미국에 극도의 안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최적의 선'을 타는 것이다. 동해는 미·일의 탐지 자산이 집중된 곳이므로, 북한은 동해로 미사일을 떨어뜨림으로써 "우리는 당신들의 앞마당을 언제든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물리적 국경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전달하는 셈이다.
2.4 핑하이(平海)와 공해(公海)의 법적 맹점
황해(서해)는 중국과의 군사적 마찰 가능성 및 얕은 수심으로 인한 미사일 잔해 수거(정보 유출)의 위험이 크다. 반면 동해는 평균 수심이 1,500m에 달하는 깊은 바다이자 국제법상 공해(High Seas) 수역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 미사일이 동해 한가운데 떨어질 경우, 수심이 너무 깊어 한·미·일 정보당국이 낙하한 미사일 잔회를 견인하여 기술력을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동해는 북한에게 있어 자신들의 '군사 비밀'을 가장 안전하게 수중 파기할 수 있는 천연의 거대한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것이다.
2.5 ICAO 및 IMO 통보 무시와 '동해 룰렛'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 등 항행 위험 행위 시 사전 경고(NOTAM)를 발령해야 한다.[4]https://www.icao.int/Newsroom/Pages/ICAO-Council-condemns-DPRK-missile-launches.aspx — ICAO 이사회는 사전 통보 없이 이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국제 민간항공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공식 결의안을 채택하여 규탄했다. 하지만 북한은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쏠 때 이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동해는 민간 항공기와 민간 선박의 이동이 매우 활발한 요충지인데, 북한의 무통보 발사로 인해 동해를 지나던 민항기나 어선이 낙하하는 미사일 파편에 맞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실제로 수차례 발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위험천만한 '동해 룰렛(Russian Roulette)'이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