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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현대인들의 편견과 달리, 고대 문명권의 학자들은 이미 다양한 자연 현상 관찰과 수학적 추론을 통해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거대한 구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고대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현대인들의 편견과 달리, 고대 문명권의 학자들은 이미 다양한 자연 현상 관찰과 수학적 추론을 통해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거대한 구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Kiepert, Heinrich, 1818-1899 Macmillan, George Augustin, 1855- · Public domain · A manual of ancient geography (IA cu31924029847823).pdf
1. 고대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현대인들의 편견과 달리, 고대 문명권의 학자들은 이미 다양한 자연 현상 관찰과 수학적 추론을 통해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거대한 구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흔히 중세나 고대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으며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오해가 퍼져 있다.[1]중세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는 오해는 19세기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이 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전기 등 후대의 창작과 각색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역사적 통설이다. 그러나 이는 후대에 각색된 신화에 가깝다. 실제 고대 그리스를 비롯한 여러 문명권의 지식인들은 이미 기원전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 크기까지 상당한 정확도로 측정해냈다. 고대인들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도, 우주선도 없이 오직 인간의 눈과 지성만으로 구형 지구론을 도출해 낸 결정적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1.1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
고대인들이 지구가 둥글다고 확신한 가장 강력한 천문학적 증거 중 하나는 월식 현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학자들은 월식이 일어날 때 달의 표면에 비치는 그림자에 주목했다.
월식은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위치하면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이다. 이때 달에 투영되는 지구의 그림자 경계선은 예외 없이 항상 완만한 곡선 형태를 띠었다. 만약 지구가 평평한 원판 모양이라면, 태양과 달의 위치 및 각도에 따라 달에 비치는 그림자가 얇은 선이나 일직선, 혹은 일그러진 타원 모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방향에서 월식이 일어나든 그림자의 테두리는 항상 원형을 유지했다. 3차원 공간에서 어떤 방향으로 빛을 비추어도 항상 원형의 그림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입체 도형은 오직 '구(Sphere)'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1.2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의 모습
바다와 접해 있던 해양 문명권의 사람들은 항구에서 배가 출항하거나 들어올 때의 모습을 관찰하며 지구의 곡률을 실감했다.
멀리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바라보면 배 전체가 한 번에 짠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돛대의 끝부분이나 깃발이 보이고, 배가 가까워짐에 따라 돛의 몸통,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배의 하부 칠(선체)이 수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2]이 현상은 멀리서 접근하는 배의 돛대가 수평선 너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하여 '마스트 효과(Mast effect)'라고도 불린다. 반대로 항구를 떠나 멀어지는 배는 아래쪽 선체부터 차례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마지막에 돛대 끝자락이 사라진다.
만약 지구가 평평한 바닥이라면, 배는 멀어질수록 그저 크기만 점점 작아질 뿐 배의 전체적인 형태는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래쪽부터 단계적으로 숨겨지는 현상은 바다 수면 자체가 완만하게 굽어 있다는 결정적인 물증이었다.
1.3 위도에 따른 별자리의 변화
밤하늘의 별자리는 고대인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는 좌표계였다. 고대 여행자들과 학자들은 남북으로 길게 이동할 때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의 위치와 종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북극성의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남쪽 하늘 낮게 떠 있던 별들은 수평선 아래로 사라졌다. 반대로 남쪽(예: 칠레나 앙집트 남부)으로 내려가면 북쪽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별자리들이 지평선 위로 올라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현상을 두고 "지구가 둥글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구의 표면이 곡면이기 때문에 관측자의 위도에 따라 밤하늘을 바라보는 지평선의 각도가 달라져 일어나는 현상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1.4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측정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전제 하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의 크기를 수학적으로 산출해 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하계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장으로 재직하던 중, 하지가 되는 날 정오에 시에네(현재의 아스완)에서는 막대기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우물 밑바닥까지 햇빛이 비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3]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Eratosthenes — 에라토스테네스는 당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3대 도서관장이었으며, 모든 분야에서 2인자라는 뜻의 '베타(Beta)'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각,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세워둔 막대기에 분명한 그림자가 생겼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햇빛은 어디서나 같은 각도로 비쳐야 하므로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모두 그림자가 없거나 같은 길이의 그림자가 생겨야 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두 지역의 그림자 각도 차이(약 7.2도)가 발생하는 이유가 지구 표면이 굽어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7.2도는 원의 전체 각도인 360도의 50분의 1에 해당했다. 그는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뒤 여기에 50을 곱하여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 냈다. 비록 측정 단위의 한계로 약간의 오차는 있었으나, 오직 기하학적 추론과 지팡이 하나만으로 현대의 실제 지구 둘레 측정치에 경이로울 정도로 가까운 값을 얻어냈다.
1.5 여담
1.5.1 에라토스테네스의 우물과 도서관장의 덧셈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이었던 에라토스테네스는 종이와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둘레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 여름 하지가 되는 날 남쪽 시에네(현재의 아스완)에서는 해가 수직으로 비쳐 우물 밑바닥까지 빛이 닿지만, 북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막대기 그림자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두 지역 간의 거리와 그림자 각도(약 7.2도)를 이용해 지구 둘레를 약 40,000km로 추정했다.[4]https://www.nasa.gov/audience/forstudents/k-4/stories/nasa-knows/what-is-earth-k4.html —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측정 단위인 '스타디아(Stadia)'의 현대적 환산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오차가 약 1%에서 15%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현대의 실제 측정치(약 40,075km)와 오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당시 두 지역 사이의 거리는 사람이 직접 걸음수를 세어 측정(Stadia 단위)한 것이었다.
1.5.2 월식 때 나타난 붉은 그림자의 비밀
고대인들에게 월식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는 결정적인 '자연의 캔버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이 일어날 때 달에 투영되는 지구의 그림자가 항상 완벽한 호(Arc) 모양을 그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약 지구가 원반 형태의 평평한 구조였다면, 달이 하늘의 어느 방향에서 비치느냐에 따라 그림자가 타원이나 얇은 선으로 일그러져야 했다. 하지만 어떤 각도에서 월식이 일어나도 그림자는 항상 원형이었으므로, 고대인들은 지구의 형태가 전 방향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체'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1.5.3 수평선 너머 돛단배의 착시와 착륙
해안가에 살던 고대 선원들과 주민들은 경험적으로 지구의 곡률을 인지하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보면 돛대의 끝부분이 먼저 보이고, 이후 몸통과 선체가 순차적으로 수평선 위로 올라왔다. 반대로 배가 멀어질 때는 아래쪽부터 차례로 수평선 아래로 잠기듯 사라졌다. 만약 바다가 평평했다면 배는 단지 크기만 작아질 뿐 형체 전체가 유지되어야 했다. 고대인들은 이 현상을 '바다 수면 자체가 곡선을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정확히 이해했다.
1.5.4 북극성의 높이와 남십자성의 등장
고대 헬레니즘 세계의 여행자들과 상인들은 남북으로 길게 이동할 때 밤하늘의 별자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북극성의 고도가 높아졌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북극성은 지평선으로 낮아지는 대신 북쪽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별자리(예: 남십자성)가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이는 관측자가 둥근 곡면 위를 이동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근거로 "지구는 그리 크지 않은 구체이며, 조금만 남북으로 이동해도 하늘의 풍경이 바뀐다"고 기록했다.
1.5.5 플라톤의 미학적 직관과 완벽한 도형
기술적인 측정 이전에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사유(思考)만으로 지구가 둥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타고라스 학파와 플라톤은 자연과 우주가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5]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적 비율과 기하학적 대칭을 우주의 근본 원리로 여겼으며, 음과 양의 조화처럼 만물이 완벽한 수적 질서를 따른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구(Sphere)'는 모든 방향에서 균등하며 시작과 끝이 없는 가장 완벽한 입체 도형이었다. 따라서 신이 창조한 우주와 그 중심에 있는 지구 역시 마땅히 가장 완벽한 형태인 '구'여야 한다는 미학적·철학적 당위성이 과학적 데이터보다 앞서 수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