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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장인물과 신들의 설정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인간 세계와 격리된 신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다양한 인간 등장인물과 일본의 전통적 자연숭배 및 민속 신앙이 투영된 다양한 신들의 설정을 바탕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장인물과 신들의 설정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인간 세계와 격리된 신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다양한 인간 등장인물과 일본의 전통적 자연숭배 및 민속 신앙이 투영된 다양한 신들의 설정을 바탕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Rose Abrams · CC BY 4.0 · HCCD25 - noface from Spirited Away.jpg
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장인물과 신들의 설정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인간 세계와 격리된 신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다양한 인간 등장인물과 일본의 전통적 자연숭배 및 민속 신앙이 투영된 다양한 신들의 설정을 바탕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1.1 인간측 등장인물
영화의 서사를 이끄는 인간 캐릭터들은 신들의 세계라는 이질적인 공간에 던져짐으로써 자신의 본래 정체성을 시험받게 된다.
- 오기노 치히로 (센): 10세의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짜증 많고 징징거리는 요즘 아이의 전형으로 등장한다.[1]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인 10세 소녀들의 무기력하고 둔감한 모습을 보고 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치히로 캐릭터를 구상했다. 이사 도중 부모를 따라 우연히 신들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며, 룰을 어긴 부모가 돼지로 변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이름을 '센'으로 빼앗긴 채 온천장 '유야'에서 일하게 된다. 노동을 통해 자신의 본래 이름과 주체성을 찾아가며 노동의 가치와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배우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다. 지브리 주인공 중 드물게 초기에는 매우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나, 극이 진행될수록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 치히로의 부모 (오기노 아키오 & 오기노 유코): 전형적인 현대 일본의 중산층 부모를 대변한다. 자본주의적 소비 습관에 젖어 있어 주인 없는 음식에 손을 대는 탐욕을 부리다가 돼지로 변하는 벌을 받는다. 이들의 모습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이 가진 위험성과 자본주의 사회의 일면을 비판적으로 은유한다.
1.2 신들의 세계 주역 및 온천장 관계자
신들의 세계는 엄격한 룰과 계급 구조에 의해 작동하며, 이곳의 온천장 '유야'는 신들이 휴식을 취하는 일종의 거대 힐링 공간이다.
- 하쿠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 유바바의 제자이자 온천장의 실질적인 관리자 역할을 하는 미소년. 정체는 '코하쿠천'이라는 강을 관장하던 용의 신이었으나, 인간들의 개발로 강이 메워지면서 갈 곳을 잃고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겨 마법사 제자가 되었다. 냉철하고 차가운 태도로 온천장 직원들을 대하지만, 치히로에게만큼은 헌신적이고 따뜻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이름을 되찾는 과정이 극의 핵심 줄거리 중 하나이다.
- 유바바: 온천장 '유야'의 주인인 강대한 마녀. 금전욕이 매우 강하고 직원들의 이름을 빼앗아 조종하는 방식으로 절대적인支配권을 행사한다. 전형적인 악덕 사업주의 면모를 보이지만, 일을 하겠다고 찾아온 자는 거절하지 못한다는 룰을 지키며, 하나뿐인 아들 '보'에게는 극단적인 헬리콥터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복합적인 인물이다.[2]유바바는 겉으로는 온천장의 지독한 악덕 사장이지만, 일을 하겠다고 직접 요청해 온 사람은 아무리 어리고 무능해 보여도 쫓아내지 않고 반드시 고용해야만 하는 주술적 계약 법칙을 엄격하게 준수한다.
- 제니바: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외모는 유바바와 똑같지만 성격은 온화하고 친절하며 시골에서 유유자적하게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간다. 탐욕스러운 유바바와 대비되는 물질적 욕망을 초탈한 정서적 안식처 역할을 하며, 치히로에게 중요한 깨달음과 선물을 제공한다.
- 가오나시 (얼굴 없는 신): 존재감이 없고 정체성이 부재한 외로운 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준 치히로에게 집착하며, 온천장의 탐욕을 흡수하여 거대 괴물로 변해 사치와 폭식을 일삼는다. 타인의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이자 현대인의 외로움과 방황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 카마지 (가마 할아범): 온천장의 약재를 조율하고 보일러실을 담당하는 여섯 개의 팔을 가진 노인. 겉으로는 퉁명스럽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치히로를 위해 가짜 샌드위치를 챙겨주고 전철 티켓을 건네는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온정 어린 도움을 주는 츤데레적 조력자이다.[3]카마지가 치히로에게 준 전철 티켓은 40년 동안 소중히 간직해 온 유물이다.
- 린: 온천장에서 일하는 하급 여직원. 여우 신으로 추정되며,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처음에는 인간인 치히로를 경계하고 꺼려했으나, 곧 치히로를 챙겨주는 친언니 같은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난다.
1.3 방문객 신들의 설정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절대적이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자연 그 자체이거나 인간과의 관계성 속에서 피로를 느끼고 쉬어가는 불완전한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일본의 애니미즘(신토) 사상에 기반한다.
- 오물신 (오카미신/강의 신): 끔찍한 악취와 오물을 뒤짚어쓰고 온천장을 찾아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든 신. 치히로의 헌신적인 세척 작업을 통해 정체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자전거, 타이어, 폐기물 등)로 오염되었던 명성 높은 '강의 신'이었음이 밝혀진다. 인간의 이기심과 환경 파괴가 자연(신)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치이다.
- 병아리 신 (오오토리사마): 갓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계란이나 병아리의 정령들이 신이 된 존재들. 둥글둥글하고 거대한 병아리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온천을 즐기기 위해 단체로 탕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등장하여 작품의 해학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 무 신 (오시라사마): 일본 농경 신앙에서 유래한 무 형상의 커다란 신. 순박하고 거대한 체구를 지녔으며, 온천장 엘리베이터에서 치히로가 유바바의 거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치히로를 가려주는 암묵적인 조력을 제공한다.
- 나무 및 자연의 정령들: 이 외에도 춘향전의 이몽룡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쓴 신, 각종 동식물의 형상을 한 정령들이 온천장을 찾아 피로를 푸는 모습을 통해, 신들 역시 휴식과 정화가 필요한 유기적인 존재로 서술된다.


2. 여담
2.1 유바바와 제니바의 성우 일인이역과 캐릭터 구상의 비화
온천장의 지배자인 '유바바'와 그녀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는 모두 일본의 베테랑 배우 무로이 시게루가 1인 2역으로 연기했다.[4]https://www.ghibli.jp/works/chihiro — 무로이 시게루는 목소리의 톤과 억양만으로 욕심 많고 사나운 유바바와 친근하고 온화한 제니바라는 완전히 상반된 두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해 내 큰 찬사를 받았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외형이 완전히 동일한 두 인물의 대비되는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일 성우를 기용했다. 한편, 유바바의 독특한 외형 디자인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동 문학 작가 린드그렌의 소설 『악마의 온천』에 등장하는 마녀 이미지와, 일본의 전통 인형인 '오야마 인형'의 과장된 머리 비율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 가오나시의 정체와 현대 사회인의 은유
얼굴 없는 괴물 '가오나시(가오=얼굴, 나시=없음)'는 특정 신화 속 존재가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창작한 독자적인 캐릭터이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가오나시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타인의 욕망을 흡수하여 자신을 확장하려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가오나시가 온천장의 욕망을 흡수하며 거대해지고 목소리를 잃은 채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설정은, 주체성을 상실한 채 자본주의적 욕망에 침식되는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시각화한 장치로 평가받는다.
2.3 하쿠의 본명과 토목 사업으로 인한 오염의 상징성
치히로의 조력자인 '하쿠'의 본명은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饒速水琥珀主)'로, 이는 일본 신화 속 풍요와 강을 관장하는 신의 명칭 양식을 엄격히 따른 것이다. 하쿠가 자신의 이름을 잊고 유바바의 지배를 받게 된 계기는 현실 세계에서 그가 관장하던 '코하쿠천'이 아파트 단지 건설을 위해 매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억상실 모티브를 넘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신(자연 환경)의 존재 의의가 소멸해가는 과정을 신화적 비유로 풀어나간 대목이다.
2.4 오물신 에피소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제 청소 경험
작중 최고의 신스틸러로 꼽히는 '오물신'이 사실은 이름난 강물의 신이었다는 반전과 온천장에서 쓰레기를 뽑아내는 장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다. 감독은 과거 지역 봉사활동으로 청소에 참여했을 때, 청계천 수준으로 오염된 자전거가 강바닥에 파묻혀 연쇄적으로 쓰레기가 끌려 나온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5]https://www.ghibli.jp/works/chihiro — 실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참여했던 강 청소 봉사활동 당시 강바닥에서 끌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대형 산악자전거였다. 이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체험이 작품 속 '강의 신 몸속에 걸린 자전거 휠을 뽑아내는 장면'으로 정교하게 재현되었다.
2.5 팔백만 신들의 디자인 출처와 민속학적 고증
온천장을 방문하는 기괴한 모습의 신들은 일본의 전통 신도(神道) 사상인 '야오요로즈 노 카미(八百萬の神, 팔백만의 신)' 개념에 기초한다. 제작진은 토속 신앙의 신들을 시각화하기 위해 일본 전역의 지역 축제(마츠리)에 쓰이는 탈과 요괴 그림을 수집했다. 예를 들어 병아리 모양의 '오오토리사마'는 닭의 넋을 기리는 신앙에서, 무 모양의 '오시라사마'는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섬기는 농경과 실뼠의 신 '오시라사마'의 민속적 도상을 그대로 본따 재해석한 것이다.